▲ 최승현 공인노무사(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 보좌관)

새 정부가 들어선 지 2개월이다. 보통 ‘새’자를 쓰면 기대감이 드는데, 요즘은 걱정만 쌓여 간다. 경제위기 시대에 긴축정책을 쓴다고 하지를 않나 국회 원구성이 되는 날 인사청문회 없이 장관을 임명한다. 너무 비상식적이다.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는가? 아니면 더 나빠지는가? 나아지다 나빠지다 하면서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가? 절망과 희망을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멈춰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지 다짐을 하지만 복잡다단하다.

한국노총 사무처장 출신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통해서 “현재 1주일 12시간으로 규정된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1개월(평균 4.345주) 단위’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최장 노동시간 한도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을 ‘주 92시간’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이 “아직, 정부 공식입장이 아니다”고 얘기는 했지만, 이것이 “노동부의 추진방향”이라는 것은 여전하며,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 뿐이다.

주 40시간 근무제가 시행된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도 주 52시간제라 부른다. 심지어 얼마 전까지는 실질적으로는 주 68시간(토요일·일요일 8시간식 추가 가능)이었는데, 이제 주 92시간으로 늘리려고 한다니 황당할 뿐이다.

윤석열 정부는 과로 사회, 과로사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 것인가? 일을 하는 사람은 일을 많이 해서 과로사하고, 일이 없는 사람은 실업자로 소득이 없어서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그런데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만들고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해 주지는 못할망정, 일을 더하라고 부추기고 그래서 죽어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현재 노동부의 과로사 인정기준에 따르면 1주 52시간을 초과하면 업무 관련성이 증가하고, 60시간을 초과하면 관련성을 강하게 인정하고 있다. 근로예측이 어려운 경우, 교대제, 휴일이 부족한 경우, 유해환경,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시차가 큰 출장, 정신적 긴장 업무는 관련성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말하자면 주 52시간 넘겨 일하다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재해를 입거나 죽으면 대부분 일(과로)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동시간 개편이 과로사 세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의원실에 있으면서 노동재해 관련 기관에 자료를 받아서 분석해 보니, 지난 5년 동안 2천500명 넘게 과로사했다. 지난해는 2020년보다 10% 정도 늘었으며, 공무원은 70% 가까이 증가했다. 사회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어선원은 2배나 늘어났다. 과로사로 인정된 수치만 이 정도인데 과로 때문에 뇌심혈관계질환이 발병했지만 죽지는 않은 사람들, 과로사로 주장하다가 불승인된 사람들까지 합친다면 1만명도 더 될 것이다.

주 40시간 노동제를 프랑스처럼 주 35시간제 정도로 확 줄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까지는 못해도 포괄임금제폐지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근로기준법은 시간을 기준으로 급여를 책정하고 있다.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서 50%의 가산임금을 줘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노동시간을 명확히 정하지 않으면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포괄해 급여를 지급하는 포괄임금계약이라는 꼼수가 횡행하고, 과로가 발생하고, 과로사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 포괄임금제 폐지 관련 노동부 지침 초안까지 나왔는데 한 해, 한 해 미뤄지다가 결국 실행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포괄임금계약에 대해 제재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제 주당 노동시간이 더 늘어나게 생긴 것이다. 현재는 개혁을 미룬 결과이기도 하다.

주 92시간제가 아닌 포괄임금제 폐지로 과로사 없는 세상이 돼야 한다. 자신의 몸과 시간을 과도한 노동으로 혹사시키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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