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노사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온)와 대리운전노조는 매각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매각 추진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카카오지회(지회장 서승욱)와 대리운전노조,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모임공간 상연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는 투기자본 MBK파트너스와의 카카오모빌리티 매각협상을 즉각 중단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며 이같이 밝혔다.

상생안 내놓은 지 1년 안 돼 매각?
“잉크도 안 말랐다” 비판

지난달 카카오가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당초 카카오는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 7일 “카카오의 주주가치 증대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10%대 매각을 통한 2대 주주로의 전환 등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하며 매각 추진 사실을 공식화했다.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앞서 사내 공지를 통해 “카카오는 모빌리티 서비스의 수익화와 사업영역 확장, 나아가 IPO(기업공개)에 대한 사회의 우려를 경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사측이 밝힌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승욱 지회장은 “기업문화나 조직구조가 (기존 기업과는) 차이가 있었는데 지금의 결정은 재벌체제에서 나타난 대기업들의 의사결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고, 사회적 책임이나 이미지를 포기하면서까지 왜 매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대주주가 전환되고 경영권이 넘어가면 사업방향도 바뀔 가능성이 크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고용위기가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카카오가 발표한 상생안도 매각이 가시화되면 표류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플랫폼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추진한 대리운전노조와의 단체교섭이 형해화될까 봐 노조는 우려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8차 교섭을 거치면서 ‘프로서비스’ 폐지 시점을 조율 중이며 처우개선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데 매각 이슈가 터지면서 지금까지 해 왔던 교섭이 연속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임직원 소통자리 마련, 이견 좁혀질까

지회에 따르면 최근 사측과 매각 이슈를 놓고 두 차례 협의를 진행했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지회는 3차 협의를 하기 전 카카오모빌리티 직원과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간 간담회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카카오는 CAC를 통해 조만간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과 소통하는 온라인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지회가 사측에 요구한 내용을 수용한 셈이다.

간담회가 진행되더라도 양측 입장차가 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승욱 지회장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도 상장을 고민 중인데 앞으로 매각 카드가 다른 계열사에도 일종의 돌파구로 제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며 “매각이 이뤼지면 기술 기반 업체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빌리티기업으로서 경쟁력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내부적 우려도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회와 대리운전노조는 MBK를 상대로 하는 매각 반대 투쟁을 추진하고, 카카오 계열사 임직원들의 서명운동 등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서승욱 지회장은 “대화가 전혀 안 되고 MBK 매각이 가시화된다면 쟁의행위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섬식품노조 11개 지회가 소속된 IT위원회도 연대 의지를 내비쳤다. 오세윤 IT위원회 위원장은 “매각 결정을 철회하고 이해 당사자들과 대화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며 “IT업계에 나쁜 선례로 남지 않도록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매각 여부는 결정된 바 없고, 대내외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 사회적 책임을 감안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노조와 별도 협의체를 통해 매주 소통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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