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이건 그냥 상상이다. 현실에선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2024년 7월11일, 국회는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1주 12시간에서 한 달 50시간으로 연장하고, 1일·1주 단위 근로시간 한도를 근로자대표와 합의로 예외를 두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2024년 22대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 소속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이 2024년 6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고 신속처리안건으로 의결한 지 한 달 만이었다. 야당과 노동계·시민사회가 극렬 반발했지만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 사업장 규모별 시행시기를 조정하는 부칙을 중재안으로 제시하면서 직권상정에 동의했다.

재계는 “2년째 이어지는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단비 같은 소식” “선진 IT기술 강국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즉각 환영했고, 법무부는 “근로자대표의 합의 없는 연장근로는 엄단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노동계는 총파업과 대정부투쟁을 선포했고, 서울경찰청은 국회 앞에 모인 시위대를 경비 드론으로 채증한 후 물대포로 한강공원으로 밀어냈다.

조짐은 2년 전부터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2022년 6월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월 단위 근로시간 관리단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뒤 같은해 7월1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제정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훈령상 활동기간 4개월을 채운 후 2022년 11월 ‘미래노동시장 대비 관계법령 합리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변동하는 인구구조를 감안하고 연구개발의 활성화를 위해, 주 단위 근로시간 한도를 월 단위로 변경하고 근로자대표와의 합의하에 연속근로 한도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대통령은 법무부·기획재정부·노동부 장관을 대동하고 이례적으로 발표를 주재했다. “산업화 시대의 노동시간 규제를 개선하겠다”며 “근로시간 저축제 도입으로 프랑스처럼 여름휴가를 한 달씩 가게 해 주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장관은 “법 개정 없이도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월 단위 근로시간총량제를 도입하겠다”며 “기관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노동부 장관은 “재택근무와 근로환경 개선을 동반하면 노동강도가 낮아질 것”이라며 휴게공간 개선 지원사업을 발표했다. 언론은 “산업화 시대의 주 52시간제의 족쇄가 풀렸다”며 야당을 상대로 협조 압박에 나섰다.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하에서 합의로 12시간의 연장근로가 더해지면 64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다는 2018년 정부 유연근로제 가이드라인 내용은 묻혔다.

야당과 노동계가 반발하자, 여당 원내대표는 “검수완박은 패스트트랙이 되고 경제살리기는 안 되냐”며 “야당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2023년 1월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1차 활동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 보고서를 근거로 “법 개정 없이도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며 근로기준법 시행령 34조의 적용제외 범위에 중간관리자급 관리·감독업무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확대 개정했고, 31조의 재량근로제 대상업무를 IT·정보기술서비스업과 바이오·제약 등 미래산업을 위주로 업종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변경 고시했다. 공공기관들은 기재부로부터 ‘월 단위 근로시간 총량관리 가이드라인’을 교부받고, 근로시간저축제 설명회를 개최한 후 즉시 시행했다. 금융감독원장의 경고를 받은 금융회사들, 그리고 대기업과 스타트업도 뒤따랐다.

물론 정부 내부에도 의구심은 있었다. 노동부 장관이 “시행령으로 재량근로제와 적용제외 범위를 풀어 주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공공기관들 취업규칙 개정 이렇게 밀어붙여도 될까요?”라고 묻자 법무부 장관은 딱 잘랐다. “외국인 노동자가 비닐하우스에 살면서 얼어 죽었어도, 농림축산업 근로자를 적용제외하는 근로기준법 63조 1호·2호는 3년 걸려 결국 5 대 4로 합헌 결정을 받았습니다. 취업규칙 무효확인 소송이요? 몇 년 걸릴 겁니다. 사법적 판단을 받으려면 장관님 퇴임 이후에나 나올 겁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공공기관·공기업 노조들이 근로시간 개혁에 반발하는데 노동부에서 괜히 특별근로감독 이런 걸로 나서지 마세요.” “하지만 장관님들 자제분들이 공공기관에 다니고 계신데 너무 과로하면 어떡하죠?” “OO재단 거기는 어차피 연장근로 할 일도 없습니다.”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후 이례적인 판결이 나왔다. 대전 OO연구원에서 노사합의로 시행한 근로시간저축제에도 퇴사시까지 다 못 사용한 저축휴가 100~200일분을 임금으로 청구한 사건 1심에서 근로자들이 승소했다. 대전지법은 “(구)근로기준법 50조는 강행규정으로서, 이를 초과한 근로시간을 저축휴가로 무기한 제공했더라도 그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며 “노사 합의나 취업규칙의 유효한 변경을 거쳤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예비비를 훨씬 초과한 판결금을 떠안게 된 OO연구원 원장은 기재부에 달려가 예산 증액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고, 항소 여부 지휘를 요청했으나 알아서 하라는 법무부 답변을 듣고 즉시 사표를 던졌다. “나는 빼고 싶었는데, 핵관들이 우기는 통에. 휴, 나는 왜 그들의 말을 거절하지 못했을까.” 노동부 장관은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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