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현우 청년유니온 비상대책위원장

최근 ‘청년’ 그리고 ‘노동자’로 구성된 두 종류의 노동조합을 바라보며 고민이 들었다. 같은 ‘청년’이고, 같은 ‘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지만 너무 다른 요구로 싸우고 있는 ‘MZ세대노조’와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를 보면서 말이다.

노동조합 1. ‘MZ세대 노조’와 대기업노조

지난해부터 대기업 20~30대 사무직·연구직 사원들이 주축을 이룬 MZ세대의 노조설립이 화제가 됐다. 현대자동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조’,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 한국타이어 사무직 노조, 서울교통공사 ‘올(ALL)바른노조’ 등이 설립했다. 이들 노조는 기성 노조 조합원(주로 생산직) 중심의 노조가 사내 신규 노동자들의 이해를 배제하고 있다며 성과급과 임금에 있어 ‘공정’한 배분을 주요 요구로 내걸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의 ‘공정한 책정’ 논란에 이어 올해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MZ세대 노조를 포함한 대기업 노조들은 임금 대폭 인상과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는 기본급 12.8% 인상을 요구했으며, LG전자는 평균임금을 8.2%인상하기로 했다. 올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기본급 7.2% 인상과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으며,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기본급 인상과 함께 통상임금의 400%(대략 4개월치 월급)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한국경총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대기업 중심의 높은 임금인상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임금인상 자제”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 양대 노총은 추 부총리를 비판하는 입장을 냈다. 한국노총은 “자유주의 시장경제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민간 자율을 강조하는 정부가 왜 대기업 노사문제에 개입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논평했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규제를 풀어서 기업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망언을 쏟아 냈다”고 비판했다.

노동조합 2. 파리바게뜨지회

지난달 16일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위원회’는 SPC그룹과 양대 노총 소속 파리바게뜨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가 2018년 체결한 사회적 합의 이행 중간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검증위는 12개 ‘사회적 합의’ 조항 중 ‘자회사 설립’과 ‘양대 노총 노조의 파리크라상(SPC그룹)에 대한 고용노동부 행정-사법조치 유예 신청’을 제외한 10개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SPC그룹이 제빵기사를 협력업체가 아닌 자회사로 직접 고용함으로써 불법파견문제를 해결하고자 설립한 ‘피비파트너즈’가 2020년에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승진에서 차별적으로 배제하고, 지난해 3~7월에는 본부장이 중간관리자들을 통해 파리바게뜨지회 탈퇴를 종용한 것이 드러났다. 올해 1월 노동부 성남지청은 사측의 이러한 행위가 노조를 탄압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올해 3월28일 SPC그룹의 사회적 합의 이행과 노조탄압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단식 53일차에 주치의는 더 이상의 단식은 신체에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며 단식중단을 제안했고, 임 지회장은 단식은 중단하면서도 투쟁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임종린 지회장은 SPC그룹에 대한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의 요구는 “밥 먹게 해달라” “쉬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제빵노동자들에게 휴식권을 보장하고 이를 위한 노조활동을 부당하게 탄압한 것에 대해 공식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달 4일에는 임종린 지회장에 이어 파리바게뜨 노동자 5명이 ‘휴식권 보장 등 근무여건 개선’을 촉구하며 집단 단식에 들어갔다.

같은 ‘청년’ 차별적인 권리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대부분이 20~30대 청년이라고 한다. ‘청년’의 범주가 특정 연령대만을 의미한다면 파리바게뜨지회는 ‘MZ세대 노조’다. 그러나 파리바게뜨 제빵노동자들은 사회적으로 ‘MZ세대’라고 사회적으로 호명되지 않는다. ‘MZ세대 노조’는 ‘공정에 민감한’ ‘대기업·공기업에 들어간’ ‘20~30대 노동자’로 한정돼 호명된다. 같은 청년(MZ세대)이지만, 한쪽은 노조할 권리를 보장받으며 10%대의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을 갖고 싸우고, 한쪽은 노조할 권리 자체를 부정당하는 것에 저항하기 위해 싸운다. 이것을 같은 ‘청년’으로 범주화해 바라보는 것이 맞는가?

오히려 청년을 지우면 이러한 ‘청년’ 노조 간의 구조적인 조건 차이가 보인다. 한쪽은 대기업 노동자이고, 한쪽은 파견업체 소속이었다가 지금은 자회사 소속이 된 노동자라는 사실이다. 두 노조는 내부노동시장의 노조와 불안정한 외부노동시장의 노조로 서로 다르기에 노조할 권리에 있어서조차 차별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두 그룹을 동일선상의 ‘청년’이나 ‘노동자’로 다루는 것도, 임금과 성과급 중심의 ‘공정’을 ‘청년세대’의 특수성으로 다루는 것도 틀렸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조할 권리를 누리면서 임금의 ‘대폭 인상’과 ‘성과급’을 두고 싸울 수 있는 내부노동시장의 노동자와, 노조할 권리 그 자체를 부정당하는 것에 곡기를 끊는 것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는 외부노동시장의 노동자가 있을 뿐이다. ‘청년’이나 ‘노동자’라는 단일한 범주가 아니라 양극단으로 서로 다른 세계처럼 분절돼 ‘공존’하고 있는 일자리의 격차를 중심으로 바라봐야 한다. ‘청년’은, ‘노동자’는 하나가 아니라는 진실부터 받아들여야 제대로 된 갈등도, 연대도, 대안도 가능해진다. 우리는 서로를 하나의 청년으로, 하나의 노동자로 호명하면서 분절된 노동시장과 격차는 방치하고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청년유니온 비상대책위원장 (yunion10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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