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진영 소방노조 위원장

지난해 7월6일부터 소방공무원이 공무원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직장협의회 가입률이 낮아 우려했지만 노조에 가입한 소방공무원은 전체 7만명 중 2만명에 이른다. 현장의 목소리가 노조를 통해 모이고 있다.

상급단체를 달리해 여러 개의 노조가 만들어진 점은 아쉽다. 그러나 노동자의 주요 권리 중 하나인 단체교섭을 소방청장을 상대로 시작하고, 직원들 몰래 물품을 감추고선 직원들에게 책임을 추궁했던 잘못된 감찰도 개선했다.

무고한 구급대원을 징계하려고 했던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 대한 파면 요구는 일선 소방관이 노조의 영향력을 몸소 느끼게 한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또한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방관의 안전에 대해 소방청은 무감각했다. 그런데 노조가 사고조사위원회에 참가함으로써 소방청의 현장 대원 안전사고를 바라보는 소방청의 자세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간호사인 구급대원의 감염병 의료업무 수당 문제도 해결했다. 이 수당은 관련 규정에는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지급받지 못하는 ‘깜깜이 수당’이었다. 노조에서 소방청에 요구해 받게 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노조의 노력으로 공무원 재해보상법을 개정해 실무 검토만으로 공상을 인정하는 제도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목숨 걸고 국민을 지키는 소방관에 대한 예우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올해 초 100명이 넘는 현직 소방관이 방화복을 입고 “우리는 불 끄는 기계가 아니다”고 외치며 청와대 앞부터 시작한 거리 행진은 소방공무원의 단결력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소방관의 모습을 다음 날 주요 일간지들이 세상에 알렸다. 이는 노조가 만들어 낸 큰 사회적 변화다. 이로써 소방관에 대한 국민 인식과, 정부를 비롯한 기관에서 생각하는 소방조직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소방관 스스로가 위계질서에 길드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외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정부 교섭에는 소방청장뿐만 아니라 광역시·도지사도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소방공무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국가공무원으로 전환했지만, 소방 관련 법에 의해 광역시·도지사가 실질적인 인사권과 예산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관은 완전한 국가공무원이 아닌 반쪽짜리 국가공무원이다. 소방조직을 완전한 국가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화재 현장의 지휘자는 현장을 잘 알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장 경험이 부족한 이가 지휘하다 보니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인사권이 기관장에게 있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적극 나서서 현장 의견을 들어 잘못된 것을 개선해야 한다.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 후속조치에 대해서도 정부는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 소방공무원이 가장 취약한 직업질병, 빈번히 노출되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방관이 희망하는 근무제 방식, 꼭 치료받고 싶어 하는 직업질병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소방관의 희생이 눈물이 돼 돌아오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또한 소방공무원 퇴직연금 제도를 개선해 일한 만큼 대접해야 한다.

소방공무원들의 노조는 이제 첫돌을 맞았다. 1년 동안 쉴 새 없이 달려 왔다. 다른 직렬 공무원보다 훨씬 늦게 허용된 노조여서 바꿔야 할 것도, 도입해야 할 것도 많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단단해지겠다.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해 소방공무원의 삶이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공노총 소방노조 2대 집행부가 6일 임기를 시작했다. 1대 집행부가 노조의 토대를 마련했다면 2대 집행부는 토대 위에 소방조직 변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할 것이다. 노조는 소방조직의 공정한 인사와 복지, 업무혁신, 감찰이 정착하도록 끝까지 투쟁해 소방관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게 할 것이다.

1년간 활동한 것을 기반으로 더 나아진 노조를 만들겠다. 10년 뒤에는 공공부문 노조 중에 가장 국민에게 지지받고 가장 활발한 노조가 되도록 하루하루를 다지고 땀 흘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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