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청사 전경. <홍준표 기자>

계약서에 계약종료 기간을 명시하지 않은 채 기간제 노동자와의 근로계약을 만료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아동생활시설센터를 운영하는 A재단법인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생활지도원, 계약만료 직전 해고통보

B씨는 서울시 위탁기관인 아동상담치료센터에 2020년 2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생활지도원으로 근무했다. 센터는 계약만료 한 달 전 구두로 계약기간 만료를 통보했다. 이후 재차 서면으로 통보서를 B씨에게 보냈다.

근로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은 적혀 있지 않았다. 나중에야 재단 직원이 2020년 2월19일~2021년 2월18일로 근로계약기간을 기재했다. 채용공고에도 계약기간이 1년으로 명시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자 B씨는 계약기간 만료 통보가 부당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노위는 “계약기간에 대한 합의 문제가 남아 있는 상태인데도 재단이 일방적으로 계약기간 만료 통보를 한 것은 해고에 해당한다”며 A씨의 청구를 인용했다. 또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없으며 서면통지 의무도 위반했다고 봤다. 중노위도 같은 판단을 내리자 재단측은 지난해 10월 소송을 냈다. 재단측은 재판에서 “B씨는 계약기간 1년의 기간제 근로자”라고 항변했다.

법원 “낮은 평가 점수, 합리적 이유 없어”

그러나 법원은 B씨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계약기간 1년의 기간제라고 봤다. 2020년 신규 채용된 생활지도원 9명 중 B씨를 제외한 나머지 생활지도원 전원에 대한 근로계약서에 계약기간이 1년으로 기재돼 있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면서도 생활지도원 업무가 상시·계속적 업무라고 봤다. 재판부는 “재단이 서울시와 체결한 협약에 따른 위·수탁계약 기간은 5년”이라며 “B씨가 근로계약에 따라 수행한 업무는 ‘청소년 생활 교육 및 지도’ 업무로서 상시적·계속적으로 수행하는 성격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를 전제로 재단이 계약갱신을 거절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B씨가 인사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재단이 계약종료 이유로 주장한) 청소년에 강압적이고 차별적인 생활지도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생활지도원이 아동에게 욕설해 경고를 받았는데도 B씨가 더 낮은 평가 점수를 받은 것도 합리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재단은 B씨가 상사의 지시에 순응하지 않고 본인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겨 인사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부여하고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결국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재단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계약기간 만료 통보는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으므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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