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총(ITUC)이 지난달 28일 전 세계 148개국의 노동권 수준을 평가한 내용을 담은 ‘글로벌 권리 지수(Global Rights Index)’ 보고서를 발표했다. 매년 국제노총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기본협약에 근거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노동권에 대한 정부와 사용자의 위반 사례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샤란 버로우 국제노총 사무총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역사적 수준의 불평등과 기후 위기, 전염병으로 인한 생명과 생계의 손실, 그리고 분쟁의 파괴적 영향 등 다양한 위기가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모든 대륙에서 노동조합 운동가들이 살해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권 지수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국제노총은 163개국 331개 노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응답한 148개국 답변을 분석했다. 여기에 국제노동기준과 관련된 97개 지표를 개발해 각국의 노동권 수준을 등급화했다.

국제노총의 글로벌 권리 지수는 모두 6개 등급으로 나뉜다. 노동권 침해가 간헐적으로(sporadic) 일어나는 나라는 1등급, 노동권 침해가 반복적으로(repeated) 일어나는 나라는 2등급, 노동권 침해가 정기적으로(regular) 일어나는 나라는 3등급, 노동권 침해가 체계적으로(systematic) 일어나는 나라는 4등급, 노동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나라는 5등급으로 평가된다. 지수에는 5등급+도 있는데 법치가 완전히 붕괴된 나라에 적용된다.

국제노총에 따르면 노조를 만들거나 노조에 가입할 권리를 박탈한 나라는 2021년 106개국에서 2022년 113개국(74%)으로 늘어났다. 노동자들이 신체적 폭력에 노출돼 있는 나라도 같 기간 45개국에서 250개국으로 증가했다. 129개국(87%)에서 파업권이 침해당했고, 117개국(79%)에서 단체교섭권이 훼손됐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권 지수가 가장 나쁜 지역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였다.

국제노총은 노동권이 최악인 10개 국가로 방글라데시·벨라루스·브라질·콜롬비아·이집트·에스와티니·과테말라·미얀마·필리핀과 튀르키예를 선정했다. 2021년과 비교해 2022년 노동권 지수가 하락한 나라는 아르메니아·호주·부르키나파소·기니·자메이카·레소토·네덜란드·튀니지·우루과이 9개국이었다. 지수가 개선된 나라는 엘살바도르·니제르·사우디아라비아 3개국이었다.

방글라데시·콜롬비아·에콰도르·에스와티니·과테말라·아이티·인디아·이라크·이탈리아·레소토·미얀마·필리핀·남아프리카공화국 13개국에서 노동조합 운동가들이 살해당했다고 보고됐다.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가 부정되거나 제약당하는 나라는 조사 대상 148개국 중에서 41%를 차지했다.

국제노총이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고 지목한 나라는 미얀마와 홍콩이었다. 이들 두 나라와 캄보디아를 비롯한 69개국에서 노동자들이 자의적으로 체포되거나 구금당했다고 보고됐다. 대한민국은 이번 조사에서도 최하위인 5등급으로 평가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5등급을 받은 경우는 대한민국과 튀르키예뿐이다.

▲ 국제노총
▲ 국제노총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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