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정 인제대 교수(법학)

대상판결 : 헌법재판소 2022. 5. 26. 선고 2019헌바341 결정

1. 사건 개요

이 사건은 2010년대 초반에 발생했던 ‘창조컨설팅’을 통한 노조파괴 공작과 관련돼 있다. 이미 대법원에서 금속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사건이다. 2010년 B사가 경비직 근로자 일부를 배치전환하고 일부 공장의 경비업무를 외주화하자 B사에 조직돼 있던 금속노조 B지회는 단체협약 위반을 이유로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B사는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B지회의 쟁의행위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기업별 노조로의 조직변경을 유도했으며(이와 관련해 산업별 노동조합 지회의 조직형태 변경결의가 유효한지 여부가 논란이 됐고, 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2다96120 판결로 조직형태 변경은 유효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조직변경된 기업별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금속노조에 남은 조합원들에 대한 B사의 괴롭힘과 차별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민·형사상 대응에 나섰고, 형사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B사 대표 강아무개씨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81조4호가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지배나 개입 부분은 일반적 추상적 개념으로서 그 내포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자의적인 법 해석 및 집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이후 강씨는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9도3431 판결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됨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았고, 기각된 위헌법률심판제청의 취지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 결정이 대상판결이다. 한편 금속노조의 민사적 대응과 관련해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7다51603 판결은 “피고들이 금속노조 조직 운영에 지배·개입해 부당노동행위를 함으로써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했다고 판단하고, 손해배상금이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라고 판단한 바 있다.

2. 쟁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① 노조법 81조4호 지배개입금지 조항 중 ‘지배’ 및 ‘개입’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② 노조법 81조4호 지배·개입금지 조항 중 급여지원금지조항이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원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해 금지한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③ 노조법 90조 가운데 81조4호 본문 중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와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는 행위’에 관한 처벌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④ 노조법 94조 중 법인의 대표자가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해 90조 가운데 81조4호 본문 중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와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는 행위’의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 관한 부분 중 법인의 대표자의 행위에 대해 법인에게 형사처벌을 규정한 것이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다. 지면관계상 이들 쟁점 가운데 특히 형사처벌에 관한 부분만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노조법 81조4호 지배개입금지과 관련한 노조법 90조의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이 합헌적이라는 데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규정의 연혁을 참고했을 때 형사처벌은 행정적 구제가 지니고 있는 기능상의 한계를 보완함으로써 부당노동행위제도의 목적을 보다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로서, 근로 3권의 실질적인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형사처벌로써 사용자의 지배·개입행위 및 급여지원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침해의 최소성=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예방한다는 측면에서 형벌과 동등하게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형벌이라는 제재 대신 과태료 등의 행정상 제재를 가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지만 어떤 제재의 수단을 취할 것인지는 일차적으로 입법자의 판단에 맡겨져 있으며, 부당노동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 부당노동행위가 노동조합의 조직과 활동 및 근로자의 근로 3권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고려할 때 형사처벌보다 경한 과태료 처분 등으로 이 사건 처벌조항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법익의 균형성=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을 통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처벌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공익은 매우 중대한 반면, 그 처벌조항으로 초래되는 사용자의 자유의 제한은 기업활동을 함에 있어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행위 및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원행위 금지라는 합리적으로 제한된 범위 내의 기본권 제한에 그치고 있으므로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고 있다.

한편 이미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은 바 있는 노조법 94조의 양벌규정과 관련해서도 헌법재판소 2020. 4. 23. 2019헌가25 결정례를 인용하면서 법인 대표자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법인 자신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원리에 따라 법인의 직접책임을 근거로 법인을 처벌하는 노조법 94조의 양벌규정은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재확인했다.

3.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와 과제

부당노동행위 금지규정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제도는 1953년 노조법 제정 당시부터 존재했다. 다만, 1963년 노조법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방법으로 원상회복주의를 채택함에 따라 벌칙조항이 삭제됐다가, 1986년 노조법이 원상회복주의와 함께 처벌주의를 병용함으로써 부활하게 된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말했듯, 처벌주의 부활은 사후적인 행정구제만으로는 당시 급증하고 있는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예방·억제할 수 없다고 보고, 행정적 구제가 지니고 있는 기능상의 한계를 보완함으로써 부당노동행위 금지제도의 목적을 보다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였다. 1986년 노조법 개정은 1985년 11월29일 12대 국회 128회 정기회에서 김완태 의원 외 101인이 제안한 노동조합법 개정법률안을 받아 1986년 12월16일 보건사회위원장 대안으로 제출된 노동조합법 개정법률안을 통해 이뤄졌고, 당시 국회 보건사회위원회나 본회의 등에서 의원들의 구체적인 찬반 이견 토론은 없었음을 국회 회의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부당노동행위 금지규정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제도의 합헌성을 다룬 첫 결정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한편, 부당노동행위 금지제도 및 부당노동행위 금지규정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제도의 헌법 수호적 목적과 의미를 밝혔다는 점에서 또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실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제도 폐지는 경영계의 숙원과제였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법학계에서도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제도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 제도라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은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제재규정의 목적적 정당성이나 수단의 적합성은 충족된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이라는 측면에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김희성(2019), “부당노동행위 처벌규정의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 위배 여부”, <강원법학> 제58권, 2019 참조.

그러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이와는 다른 해석을 한 것이다.

부당노동행위제도에 대한 접근은 두 가지 방향이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는 헌법 33조1항의 노동 3권을 구체화한 제도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노조법 81조의 부당노동행위 금지규정은 헌법 33조1항의 노동 3권에 원래 포함된 규범적 내용이 되고, 그에 대한 처벌규정은 헌법적 기본권의 보호를 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것이다. 보호의 대상은 반드시 노조법상의 노동조합에 국한되지 않고 헌법상 단결권의 주체인 근로자들의 단결체를 포함하는 것이 된다. 두 번째 방향은 헌법 33조1항의 입법수권적 효과에 따라 노동 3권의 구체적인 실현 및 노사관계의 정상성을 위해 노조법이 정책적으로 창설한 제도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노조법 81조의 부당노동행위 금지규정은 노조법상 노동조합의 노동 3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부당노동행위 구제 또한 노조법상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언급한 바와 같이, 근로자들의 헌법상 노동 3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조법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는 한편, 부당노동행위 금지규정을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을 하도록 하는 것은 입법적 선택이다. 즉 부당노동행위 금지규정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제도가 노동 3권 보호를 위한 당위적 귀결은 아니라는 의미다. 만약 형사처벌 이외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실효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한다면 부당노동행위 금지규정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규정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수 있고, 헌법재판소도 다른 판단을 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는 그 실효적 제재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도 확인했듯, 부당노동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 부당노동행위가 노동조합의 조직과 활동 및 근로자의 노동 3권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고려할 때 형사처벌이 아닌 과태료 처분 등으로 이 사건 처벌조항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부당노동행위 금지규정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폐지는 근로자의 노조활동과 관련된 형사처벌 규정 폐지 및 부당노동행위 금지규정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실효적 제재 수단의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 이 두 가지 선행과제가 해결됐을 때 비로소 부당노동행위 금지규정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제도 폐지를 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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