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원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국방부 내에서 여러 가지 인권침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사회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중 늘 앞서 거론되는 곳이 국방부가 아닌가.

그래서인지 국방부는 군 생활의 고충과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 상담 전문가를 채용해 자살예방이나 군 생활 적응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러한 좋은 취지에서 도입된 병영생활전문상담관 본인은 정작 최소한의 고용안정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얼마 전 국방부에서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을 해고한 사건이 발생했다.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이기도 한 해고자를 만나기 위해 노동조합과 함께 찾았다. 그런데 처음 만남부터 국방부가 이래도 되나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작은 구멍가게도 이렇게 전문인력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놀라고 화가 났다. 아마도 노동법을 잘 알지 못하는 국방부 간부들이 무리하게 고집을 부려서 해고를 강행했을 것이고 노동법을 들어 잘 설득하면 해결되지 않겠나 하는 얄팍한 생각을 했다.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은 제도부터 문제였다. 국방부는 시행령에서 계속근무한 기간이 5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1년 단위로 채용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래서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려면 최소한 5년은 버텨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술 더 떠 어렵게 무기계약직 신분이 되더라도 훈령에서 매년 평가를 통해 계약해지가 가능하도록 열어 놓았다. 무늬만 무기계약직에 해당한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우리가 만난 해고 노동자 역시 여기에 속했다. 이미 5년간 평가를 거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는데, 그 이듬해 부대 간부와 의견이 맞지 않아 낮은 평가점수를 받은 후 해고당한 것이다. 부대 간부는 병사와 상담한 내용을 왜 보고하지 않느냐는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상담에 대해 전문지식이 없는 부대 간부가 전문가의 능력을 평가하도록 한 것도 문제지만 이를 통해 무기계약직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한 제도도 문제였다.

그래서 국방부 인력관리 책임자와 채용된 노무사를 함께 만났다. 무기계약직은 평가를 통해 해고할 수 없고, 국방부는 해고를 회피하기 위해 교육이나 배치전환 등 최소한의 노력도 안 하지 않았느냐고 법 내용을 들어 호소했다. 돌아온 대답은 국방부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스스로 한 명령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대화로 해결하기 참 어려운 것이 국방부 같다.

노동조합과 국가인권위원회도 함께 찾았다. 이러한 말도 안 돼는 해고는 제도를 개선해야 할 문제였기 때문이다. 국방부 내 다른 계약직과 비교해 예외적으로 5년간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 다른 무기계약직 근로자와 비교해 평가를 통해 계약해지가 가능하도록 한 것, 연간 네 차례 이상 평가를 통해 계약연장 여부를 심시하도록 해 고용불안을 초래한 것은 헌법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진정했다.

현재 해고자는 복직해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고,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를 반복 판정했으며, 인권위는 인권침해를 조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고용불안으로 힘들어 했을 당사자에 대해 누가 책임져야 할까? 얼마든지 대화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 시간과 비용을 들여 고생한 것은 어떻게 보상받을까? 돌아서 온 과정을 생각하면 다시금 답답하고 화가 난다.

국방부의 인권침해는 외부 전문가가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전문가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온전히 인정해 줘야 하고, 소신껏 활동할 수 있도록 고용안정부터 확립해야 한다. 때론 상급자의 판단이 그릇될 수 있고 그것으로 인해 인권침해가 비롯된다는 ‘염려’가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하루빨리 존재하는 차별적 제도도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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