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며 저출생 위험 경고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저출생은 생산가능인구와 소비인구의 감소, 세수 감소로 인한 사회복지정책의 약화, 노인부양비 증가,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 등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문제점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우리나라 저출생은 불과 몇 년 사이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1983년 합계출산율이 2.1명으로 저출산 사회에 접어들었으며, 2002년에는 합계출산율 1.2명으로 초저출산 국가로 진입했다. 뒤늦게나마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를 수립해 대응해 오고 있으나 합계출산율은 2018년에는 1명 미만인 0.98명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더 감소한 0.81명을 나타냈다. 보수적으로 전망해도 2025년 합계출산율은 0.61명으로 예측되며 저출생 문제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으로 저출생 대응을 시작한 2006년 이후로 중앙정부는 지난 15년간 380조2천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지자체의 자체 저출생 대응예산까지 합산하면 이보다 큰 예산이 저출생에 투입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제자리걸음도 아닌 오히려 악화하고 있는 현실은 그간의 저출생 대응정책보다 과감한 정책이 필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저출생 원인을 진단하고, 대응을 위한 주거·고용·휴직제도 등에 대한 접근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나,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에 관한 논의는 다소 소극적이다. 육아휴직은 매번 대선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나, 낮은 육아휴직 소득대체율 문제는 아직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육아휴직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기간을 아무리 늘리더라도 육아휴직 동안 적정소득이 보장되지 않으면 제도 사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는 ‘육아휴직 경험자’만이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육아휴직의 낮은 소득대체율 문제는 일부 육아휴직 사용자들만의 문제의식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육아휴직의 낮은 소득대체율이 자녀계획에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둘째 출생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드러난다.

우리나라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은 최초 3개월까지는 통상임금의 80%, 이후 종료일까지는 통상임금의 50%다. 문제는 최초 3개월간 통상임금의 80%를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상한액을 월 150만원, 하한액을 월 70만원으로 두고 있으며 이후 소득대체율이 50%인 경우 상한액은 월 120만원으로 낮아진다. 이러한 구조는 소득수준이 높아 출생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고임금자라 하더라도 큰 경제적 충격을 경험하게 만든다. 비현실적인 상한액이 출생으로 인한 기회비용을 높이는 기제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출생을 희망하더라도 실제 출생으로 이어지지 않고 출생을 고민하거나 출생하더라도 한 자녀에 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주택마련 등을 이유로 부채가 있는 경우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출생의 심각한 장애요인이 된다. 올해부터 첫 3개월에 대해 통상임금의 100%로 인상했으나 마찬가지로 상한액은 200만원(1개월)부터 250만원(2개월), 300만원(3개월)까지로 제한되며 그 기간 역시 3개월에 불과하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육아휴직자의 월평균 소득은 348만원이고, 육아휴직 월평균 급여는 102만5천원 수준으로 평균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은 29.5%에 그친다.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은 통상임금의 80%까지 보장하고 있으나, 상한액을 둠으로써 우리나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특히 평균 육아휴직 급여인 102만5천원은 우리나라 3인 가구 긴급복지 생계지원금 103만원보다 낮다. 바꿔 말하면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되면 이전의 임금수준과 관계없이 위기가구가 된다는 말로 ‘육아휴직=생계유지가 곤란한 위기가구 진입’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누가 자녀를 출생하고 육아휴직을 사용해 자녀를 돌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저출생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제도사용을 권고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경제적 위기가구가 돼도 좋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이 자리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그간 수많은 저출생 예산을 소진하는 동안 생계유지의 본질인 휴직 기간의 경제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스웨덴의 경우 육아휴직 급여상한액이 1천만원이고, 노르웨이는 700만원 수준이며 아이슬란드 역시도 547만원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가 높아지고, 출산율 역시도 회복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우리나라도 저출생 대응을 위해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을 상한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며 노동조합 역시도 그간 부차적 문제로 여겨졌던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jhjang8373@inoch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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