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도연 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자문위원(노무법인 청춘 대표공인노무사)

최근 고용노동부 장관이 연장근로시간 관리를 월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다음날 대통령이 뒤집는 듯한 발언을 하는 바람에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대통령의 본심이 어떻든 일주일에 최대 92시간 근무까지 가능한 제도를 도입하려다가 노동부는 ‘고용노동부’가 아닌 ‘산업노동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거듭나기 위해 행정을 위한 행정이 아닌 노동을 위한 행정으로 탈바꿈하길 기대한다. 그 일환으로 산재통계 중심의 사업장 관리 방법을 개선할 것을 요청한다.

우리나라 사망재해 발생건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연 월등히 높은 반면, 재해율은 월등히 낮다. 이는 산재은폐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매년 재해율에 기초해 재해예방 사업의 목표를 설정하고, 예방정책 및 사업장 감독계획을 수립한다. 또한 이러한 재해율을 근거로 안전보건 정책 추진과 관련된 정부의 업무평가지표, 지방관서의 평가지표도 세운다. 그러나 산재은폐로 산재통계가 허수로 된다면 노동부의 산재예방 정책은 상당 부분 허울뿐인 정책이 될 것이다.

기업은 재해근로자를 산재처리하면 공상처리하는 것 보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훨씬 이익이 된다. 그럼에도 기업은 산재처리하지 않고 공상처리하면서 산재발생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 이렇게 산재은폐를 하는 이유는 산재처리했을 때 그 기업이 받은 불이익이 너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산재신고를 하게 되면 ①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에서 입찰제한을 받는다. 즉 신인도항목에서 ‘최근 3년간 고용노동부 장관이 산정한 환산재해율의 가중평균이 평균 환산재해율의 가중평균 이하인 자’에 대해 가점 2점을 부여하는데, 산재신고를 하면 가점을 못 받기 때문에 사실상 입찰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다. 사정이 이러하니 산재은폐로 인한 처벌을 감수하더라도 산재신고를 안 하게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② 최근 2년간 산재다발 사업장으로 명단이 공표된 사업장 및 그 임원은 정부포상에서 제외된다. 또 ③ 연간 산업재해율이 규모별 같은 업종의 평균 재해율 이상인 사업장 중 상위 10% 이내에 해당되는 사업장 또는 산재발생 보고를 최근 3년 이내 2회 이상하지 않은 사업장은 산업재해 다발사업장으로 공표된다.

여기에 더해 ④ 사고성 휴업재해가 2명 이상 발생하고 사고성 휴업재해율이 전년도 동종업종 규모별 평균 사고성 휴업재해율의 1.5배 이상인 사업장, 전년도 환산재해율이 규모별 하위 10% 이하인 건설업체, 화학적 인자로 인한 직업병에 이환된 자가 1명 이상 또는 직업병 유소견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은 근로감독 대상 사업장이 된다. 또한 ⑤ 사업장의 연간재해율이 같은 업종 평균재해율의 2배 이상인 사업장은 안전관리자가 증원 또는 교체대상이 되고, ⑥ 안전보건 개선계획 수립·시행명령을 받은 사업장은 안전보건진단 실시 사업장이 된다. 특히 ⑦ 재해율이 동종업종의 규모별 평균 산업재해율보다 높은 사업장 중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은 안전보건 개선계획 수립·시행 대상 사업장 된다.

이상의 산재발생통계 중심 예방정책이 지금까지 어느 정도 실효성을 거뒀는지 다시 한번 검토해 볼 때가 됐다. 산재를 보고한 기업에게 불이익이 없어야 제대로 보고해서 정확한 집계를 얻을 수 있고, 이러한 집계를 근거로 산업재해 예방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예방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그러나 산재신고를 회피한 통계를 가지고 산재예방정책을 수립한다면 그 산재예방정책도 당연히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노동부는 차제에 ‘산재통계’ 중심의 사업장 관리·감독 방식을 포기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새로운 예방관리지표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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