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국민MC 송해의 영결식이 치러진 6월10일 종로3가역 5번 출구 앞엔 성소수자들이 그를 추모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송해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함께여서 즐거웠습니다”는 문구 아래 ‘종로 이웃 성소수자 일동’이란 명의가 적혔다.(한국일보 6월15일자 24면 ‘송해 길에 성소수자 현수막 내걸린 까닭은’)

송해는 2018년 KBS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이 늘 다니는) 종로에 새로운 문화가 생겼는데 젊은이들도 남녀 쌍쌍으로 있지만 그렇지 않은 모임에 대한 운동이 세계적으로 있죠”라며 종로의 성소수자 축제를 언급했다. 이어 송해는 “‘이런 변화도 체험을 해 보는구나’란 생각에 배울 게 또 많다. 그러니까 참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성소수자 축제를 혐오의 시선 대신 ‘새로운 문화’로 보는 송해의 발언에 많은 성소수자가 감동했다. 부족한 것 없는 유명 연예인이 소수자를 배려하는 모습이 좋았다. 공존은 낯설고 불편한 소수를 배려하는 문화다.

그러나 우리 노동시장엔 이런 배려를 찾기 어렵다.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제작해 올린 스태프들이 운영자를 상대로 노동자성 인정을 요구하며 밀린 임금을 달라고 소송을 걸었다. 유튜브 채널 ‘자빱TV’ 스태프 15명은 2018~2021년 영상을 만들면서 1인당 수천만원의 임금을 못 받았다고 주장했다. 스태프들은 운영자가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운영자 지시를 받으며 종속적 관계에서 노동력을 제공했다고 했다.(한겨레 6월15일자 10면 ‘유튜브 스태프들 근로자 지위 인정 첫 소송’)

한겨레는 “법원이 원고쪽 손을 들어주면 인터넷 플랫폼 콘텐츠 제작 노동자들 지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태프들에 따르면 이 운영자는 30명 넘는 스태프를 고용했으나 이 가운데 근로계약을 체결한 건 단 4명뿐이었고, 스태프 대다수가 최저임금에 턱없이 미달하는 임금을 받았다고 했다. 왜 3명도 아니고, 6명도 아닌 딱 4명 하고만 근로계약서를 체결했을까.

다름 아닌 5명 미만 사업장은 아직도 근로기준법이 온전하게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라서다. 정부가 이 조항을 개정해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도록 하면 이런 편법은 쉽게 사라진다.

반대로 5명 미만 사업장 사용자의 영세한 지불능력을 고려해 예외조항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런 주장 때문에 지금 노동시장엔 무려 30명을 고용하고도 4명만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는 편법이 난무한다. 이 사용자가 특별히 악해서가 아니다. 이런 편법으로 회사를 운영하도록 그동안 고용노동부가 방치해서다. 이렇게 형성된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 중 4분의 1을 넘는다. 예외 조항이라고 치부하기엔 규모가 너무 크다.

화물연대가 1주일 만에 파업을 풀었지만 언론은 파업기간 내내 화물운송 노동자가 왜 파업하는지보다 생산 차질까지 마치 확정된 손실인 양 부풀려 보도하면서 여론을 호도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3일 10면에 버젓이 ‘소주 품귀 우려’를 머리기사 제목에 올린 뒤 안전운임제 위헌 소송이 2년 넘게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라며 화주 회사만 편들었다.

파업 직전엔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넘어섰다며 ‘미친 경유가’라는 보도를 잇따라 내놨던 언론은 대부분 경유로 움직이는 화물차 기사들의 고충에는 눈을 감았다.

화주·운송사·화물차 기사로 이어지는 물류 구조에서 경유가격 급등의 피해를 먹이사슬 가장 아래에 있는 화물차 기사만 전담하는 게 정당한가.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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