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전경.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차량 주행 테스트를 담당하는 하청업체의 시험주행 운전기사도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시험주행 드라이버’ 불법파견 관련 사건은 대법원과 서울고법에 여러 건이 계류 중인데 1심에서 또다시 근로자 지위가 확인됐다. 직접생산공정뿐만 아니라 서브공정과 운송·물류까지 불법파견 인정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10년 이상 ‘승용차’ 시험주행
현대차 세부사항 지시대로 이행

2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현대자동차 시험운행 운전기사 A씨 등 3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고용의무이행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소송을 제기한 지 2년4개월여 만의 1심 결론이다.

A씨 등은 2010~2012년 현대차 하청업체에 입사한 이후 2018년부터 동인오토에서 시험차량을 운전하는 내구주행시험과 장비·점검 업무를 담당했다. 이들은 36명으로 구성된 승용차를 운전하는 승용개발팀 소속으로 일했다. 버스·트럭과 같은 ‘상용차’는 상용개발팀에서 맡았다.

A씨 등은 입사한 지 2년을 초과해 계속근무했다며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직접고용의 의사표시를 하고,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하라며 2020년 2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하므로 현대차에 직접고용 의무가 있다며 A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와 동인오토 사이에 작성된 계약서를 근거로 삼았다. 시행계약서의 ‘도급업무 세부 내용’을 보면 현대차는 하청업체에 시험 발주서·주행매뉴얼 등을 하청업체에 전달하고 운전방법을 지시했다.

하청업체 대표나 팀장은 브레이크 작동 횟수, 핸들 조작 횟수 등 세부적인 지시사항까지 시험주행 운전기사들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운전기사들은 주행시 발생한 문제점을 기재한 ‘일일 주행일지’를 매일 하청업체 팀장에게 제출했다. 하청업체 대표나 팀장은 주행일지와 문제점을 현대차에 보고했다.

현대차 연구원들은 이러한 보고를 받아 주행거리 부족 등 미비사항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현대차는 일일 주행일지를 기초로 협력업체 소속 운전기사들이 세세한 지시사항에 맞춰 시험차량을 운전하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원 “하청, 독립적 업무 권한 없어”
‘상용차 시험주행’ 사건은 하급심 승소

‘내구수행시험’은 현대차의 필수적인 업무로서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부식내구시험과 고속주행로 주행시험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아니라 현대차 근로자들이 수행하고 있다”며 “유사한 업무 주 일부를 나눈 것에 불과해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하청업체에 독립적인 작업 권한도 없다고 판단했다. 현대차가 시험기간과 목표 등을 특정해 지시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작업량과 시간을 조절할 재량이 거의 없다는 취지다.

남양연구소 주행시험장에서 상시적 업무를 하고, 하청업체 대표가 대부분 현대차 퇴직자들로 구성된 부분 역시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는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협력업체는 현대차로부터 투입 인원에 따라 산정된 대가를 받을 뿐이어서 스스로 판단해 독자적인 이윤을 창출할 여지도 사실상 봉쇄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시험차량 주행은 전문성과 기술성이 요구되는 업무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한편 남양연구소 ‘상용차 시험주행’ 사건은 하급심에서 불법파견이 인정된 상태다. 상용차 시험주행 드라이버 16명은 1·2심에서 직접고용 의무를 인정받았다. 현대차가 이에 불복해 지난해 2월 상고해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상용차 주행 테스트 드라이버 31명도 2019년 12월 승소해 서울고법에서 불법파견 여부를 다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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