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길에서 큰 목소리 내려니 마이크와 스피커, 또 전기가 필요했다. 기자회견 청한 사람들은 발전기를 준비했다. 기름 태우는 내연기관이 달린 것이다. 시동 줄을 주욱 당기면 될 텐데, 누군가 여러 번을 실패하고 다른 이가 나섰다. 부르릉 탈탈탈 한 방에 돌았다. 기름밥 좀 먹은 사람의 솜씨다. 너무 빨리 당겨서도, 천천히 당겨서도 안 된다고, 언젠가 벌초 나선 길에 예초기 만지던 아빠가 알려줬다. 꼭 한 번 내 손으로 시동 걸어 풀을 깎아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돌아오질 않았다. 막내 등에 기름 묻을까 봐 그랬다고 아빠가 나중에 말했다. 컴퓨터와 인터넷 같은 요즘의 기술을 늙은 아빠에게 전하러 찾아가서도 나는 창고 가득한 이런저런 기계와 공구에 관심이 많았다. 그것들을 가지고 뚝딱뚝딱 무언가를 잘도 만드는 아빠의 기술에, 철 따라 뭘 심고 가꿔 밭 가득 온갖 작물을 키워 내는 그 기술에도 나는 매번 감탄한다. 정보통신이며 플랫폼, 또 인공지능 같은 것들이 세상을 이끈다고 온통 시끌벅적해도, 누군가는 논밭을 일구고, 쇠를 깎고 붙이고, 벽돌 쌓아 집을 짓는다. 낡은 것으로 여겨지는 온갖 기술이 오늘 한 가족의 밥상을 채운다. 배 짓던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제 가진 용접 기술로 가로세로와 높이 1미터의 철제 감옥을 만들어 들어갔다고 마이크 잡은 사람이 전했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수인은 팻말에 적고 버틴다. 임금인상을 요구한다. 다단계 하청구조와 저임금, 또 노조활동 탄압 같은 낡은 돈벌이 기술이 부침도 없이 호황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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