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학교 다닐 적, 밥때가 되면 친구들과 주욱 둘러앉아 한바탕 요란스럽게 ‘밥가’를 부르고 숟가락을 들었다.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은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김지하의 시 일부에 음을 붙이고 후렴구를 보탠 노래였다. 종종 햄 반찬 같은 것 때문에 불편한 긴장이 흐른 적도 있긴 했지만, 나눠 먹는 밥이 참 맛있다는 걸 서로 잘 알았다. 그릇을 싹싹 비웠다. 그러나 콩자반이 늘 남았다. 옛날 어느 공장 식당에서 밥 지어 밥벌이했던 엄마가 새벽같이 일어나 싸 준 도시락엔 김치볶음, 감자채볶음, 미역줄기볶음, 어쩌다 한 번씩은 달걀물 입혀 튀긴 분홍소시지가 들었다. 2교시 쉬는시간 십 분 사이에 다 까먹고는 점심시간엔 또 배가 고파 밥뚜껑 들고 교실을 돌았다. 한 숟가락씩 모인 밥이 수북했다. 하지만 소시지 반찬은 예외였다. 김칫국물이며 콩자반 간장에 쓱쓱 비벼 먹어도 꿀맛이었다. 밥을 나눠 먹고 우리는 쑥쑥 자랐다. 밥은 먹었냐고, 다 늙은 엄마가 지금도 첫 말로 묻는다. 밥 잘 챙겨 드시라고, 나는 끝 말로 당부한다. 밥 먹는 것이야말로 너무나도 중요해서 시인은 밥은 하늘이라고 적었던가 보다. 요즘 대통령은 혼자 밥 먹지 않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도 말한다. 밥이 이렇게 중요한데, 밥 짓는 사람 처지가 그렇지 못해 학교급식 노동자들이 길에 나섰다. 비정규직 온갖 차별을 견뎠는데, 일터에서 얻은 폐암을 이겨 내진 못해 쓰러진 동료의 영정이 이미 다섯이다. 우리와도 밥 한번 먹자고 준비한 식판에 김치찌개와 호박전, 생선튀김, 또 오이무침과 김치가 맛깔나 보인다. 콩밥이다. 나눠 먹지 못해 빗물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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