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을 ‘집단운송거부’로 명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대응한다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로 볼 수 없으며, 이번 파업이 법으로 보호되는 단체행동권 행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화물연대본부 (구성원들은) 자기 차를 가지고 자기의 영업의 결과로 운임을 받는 자영업자”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정부 태도가 4월20일 발효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와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에 위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ILO “모든 노동자에게 결사의 자유 보장” 명시

민주노총 법률원 부설 노동자권리연구소는 13일 ‘화물연대 총파업과 ILO 결사의 자유 원칙’ 보고서에서 “화물연대본부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는 지난 20년간 화물차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조직 대상으로 하는 노조로서 노사정 관계를 구축해 온 사회적 실체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행태는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폭넓은 단체행동권을 인정하는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의 입장과도 큰 차이가 있다. ILO는 고용상 지위에 관계없이 자영노동자(self-employed worker)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노동자를 ‘worker’로 지칭한다. 고용관계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worker)에게 결사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게 ILO의 견해다.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 판정례집에는 “결사의 자유 원칙에 따라 군인과 경찰이라는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든 노동자는 자신이 선택한 단체를 설립하고 가입할 권리를 가져야 하며, 그 권리의 적용 대상이 되는 자를 결정하는 기준은 고용관계의 존재를 근거로 하는 게 아니다”는 문구가 나온다. 그러면서 “예컨대 농업 노동자, 일반적인 자영노동자 또는 자유직업에 종사하는 자와 같이 고용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나 그럼에도 단결권을 향유해야 한다”고 적시한다.

윤애림 노동자권리연구소 연구실장은 “조합원들이 특수고용 노동자 또는 자영노동자라는 이유로 화물연대본부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고, 이번 파업을 ‘불법적 집단행동’으로 낙인찍는 정부의 대응은 결사의 자유 원칙에 위배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파업 전부터 불법행위 ‘딱지’에 공권력 배치
민주노총 “한국 정부, 기본협약 이행 의지 있나”

민주노총은 정부가 ILO 회원국이자 87·98호 협약 비준국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ILO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10일 정부가 화물연대본부 파업과 관련해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인정하지 않는 데 대해 긴급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ILO 사무국에 전달했다. 정부가 화물연대본부 파업을 불법행위로 전제하고 파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공권력을 배치한 점을 비롯해 △조합원들이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화물연대본부를 단체교섭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은 점 △파업 돌입 후 참가자들을 체포한 점은 ILO 기본협약 87호·98호 협약에 위배된다는 취지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ILO 사무국은 개입 요청이 있으면 해당 사안에 대한 ILO의 원칙을 제시하고 정부에 입장을 요청한다.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2011년부터 화물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결사의 자유를 전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거듭 한국 정부에 요청해 왔다. 민주노총은 “이번 화물연대본부 파업에 대한 대응은 한국 정부가 ILO 87·98호 협약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보여 주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