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연합노조가 지난해 10월21일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전주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체인 ‘토우’의 나쁜 일자리 창출 규탄 및 환경미화원 직접고용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연합노조>

지방자치단체의 청소대행업체가 촉탁직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하며 5년 이상 근무한 청소노동자들에게 낮은 평가점수를 줘 계약을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회사가 특정 노조 조합원의 계약갱신만 거부하는 등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을 종료했다고 판단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최근 전주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체인 ‘토우’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60세 이상 촉탁직, 5년 넘게 근속
낮은 평가점수 부여해 계약만료

토우는 2020년 6월 촉탁직 노동자 A씨 등 4명에 대한 계약을 종료했다. 만 60세 이상인 A씨 등은 3~6개월 단위로 4~19회 촉탁직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하며 가로청소원, 수집·운반차량 운전원 등으로 일했다. 모두 2008~2015년 사이에 입사한 장기근속자였다.

그런데 사측은 A씨 등에게 촉탁평가규정에서 정한 계약만료등급인 52~68점을 부여했다. 촉탁규정에 따르면 71점 미만은 계약만료가 된다. 사측은 근무지 이탈, 청소상태 불량, 근무시간 위반, 상사 지시 불이행 등을 이유로 들었다.

A씨 등은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와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구제를 신청했다. 전북지노위는 촉탁직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을 인정했지만, 부당노동행위는 아니라고 판정했다. 중노위도 같은 판단을 내리자 사측은 지난해 1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촉탁직 갱신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A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청소노동자들의 업무가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해당하고, 갱신 거절 당시는 전주와 체결한 용역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4~19회에 걸쳐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한 부분도 기대권 인정의 근거가 됐다.

그러면서 갱신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은 회사에서 5년 이상 장기간 근무했으므로 업무수행 능력이 부족하다면 회사로서는 일정한 개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그러나 회사는 촉탁규정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고, 평가점수 부진을 이유로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평가 과정도 형식적·자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법원 “노조 조합원 퇴출 목적 개연성”

나아가 민주연합노조 조합원만 낮은 평가점수를 받은 것은 퇴출을 위한 목적일 개연성이 높다고 봤다. 사측은 2020년 1월 기업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남았다며 민주연합노조 전주지부의 단체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아 노사갈등을 촉발했다.

재판부는 “회사는 민주연합노조 조합원에게만 작업지시서를 남발했고, 6개월간 징계가 이어졌다”고 질타했다. 당시 회사의 징계와 회유로 지부의 조합원수는 2020년 7월 53명에서 31명까지 줄었고, 기업노조는 59명에서 70명으로 세를 불렸다. 기업노조 소속인 28명은 모두 촉탁직으로 계약이 갱신됐다.

나아가 근무성적 평가표의 평가항목이나 배점 등이 공개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또 65세 이상에게 낮은 점수를 주도록 정한 평가규정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주시와 위탁계약을 체결해 80억여원을 지원받은 토우는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지속된 업체다. 전주시는 실제 근무하지 않은 회사 대표의 친인척과 자녀 등 20여명을 직원인 것처럼 꾸며 인건비 등 2억1천여만원을 빼돌리고 직원을 해고해 고용유지 준수를 위반한 사실을 적발해 2020년 7월 토우와의 용역계약을 해지했다. 토우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 토우 운영자는 사기와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전주시는 이후 청소대행업체 선정 입찰에 토우의 참여를 제한하기로 했다. 민주연합노조 전주지부는 청소노동자 직접고용을 전주시에 요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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