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 없이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평가지만 민간 발전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물가 압박’ 전기요금 인상 대신 민간 수익에 제동

SMP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올 때 발생하는 비용이다. 지난해 평균 1킬로와트시당 108.1원이던 SMP는 지난 4월 202.1원으로 올랐다. 거의 2배다.

SMP는 전기생산 가운데 단가가 가장 비싼 전기를 기준으로 정한다. 석탄과 원자력 같은 단가가 낮은 발전원을 우선 공급하고, 이후 전력량 소모에 따라 중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차례로 공급한다. 이때 가장 나중에 투입되는 LNG를 기준으로 SMP를 책정한다.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국제유가는 물론 LNG 가격도 급등하면서 SMP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덩달아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해야 할 정산금도 급등했다. 한전의 올해 1분기 적자가 7조7천869억원으로 잡힌 상황에서 부담이 훨씬 커진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런 배경을 검토해 지난달 24일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제 도입을 뼈대로 하는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일부 개정안을 이달 13일부터 20일까지 행정예고했다.

산자부의 SMP 상한제는 직전 3개월 동안 SMP 평균이 과거 10년 동안 월별 평균값의 상위 10%에 해당할 때 1개월간 SMP를 10년 가중평균 SMP 가격의 1.25배로 제한하는 제도다.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해야 할 돈이 더 늘어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다만 올해 예상적자가 30조원이나 되는 상황에서 상한제가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요금 인상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전기요금을 올리면 안 그래도 폭등하고 있는 물가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 선택이 쉽지 않다.

신·재생 발전업계 “가격결정 정부개입”

이를 지켜보는 신·재생에너지 민간발전사의 반발은 거세다. 신·재생에너지는 SMP를 책정할 때 직접 포함하는 발전원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수급이 불안정하기 때문으로, 가격시장의 밖에 있는 셈이다. 대신 정부는 그간 신·재생에너지 발전산업 활성화를 위해 민간발전사가 생산한 신·재생에너지 값을 SMP로 매겨 구입하도록 해왔다. SMP 상승에 제동이 걸리면 이들 민간발전사 수익성에 영향이 간다.

가장 먼저 반대표를 든 것은 태양광 발전사업자다.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는 8일 정부세종청사 산자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력시장 가격결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자유시장 경제에 역행한다”고 반발했다. 태양광은 국내 신·재생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발전원이다. 지난해부터 수요자와 직접 전력공급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한전을 통한 SMP값이 이들의 주요 수익원이다. 이들은 SMP 상한제가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경향과도 반한다고 비판했다.

발전공기업쪽 분위기는 다르다. 발전공기업도 SMP에 따라 한전으로부터 정산금을 받는 골격은 갖지만 정산조정계수가 있어 SMP를 다 받지 못한다. 한전과 발전공기업 간 이익을 배분하는 것으로, 한전이 어려울 때는 발전공기업이 이익을 포기하고 발전공기업이 어려우면 한전이 보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SMP가 낮았던 시기에도 정원조정계수가 작동해 발전공기업 수익이 줄어들어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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