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교양인

농업 이주노동자의 주거·노동 현장을 담은 책 <깻잎 투쟁기>(교양인·1만6천원)가 출간됐다. 연구활동가 우춘희씨(매사추세츠대학 박사과정)가 2018년 5월부터 농업 이주노동자들 곁에서 연대하고 지원한 경험을 풀어놓은 책이다. 현장의 경험을 나누는 것을 넘어서 국내 이주노동자 고용제도의 문제점까지 짚어 낸다.

저자는 깻잎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를 조명하며 우리 농촌의 현실을 드러낸다. 왜 하필 ‘깻잎’일까. 깻잎밭은 고용허가제 비자를 받은 농업 이주노동자가 일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1년 내내 일거리가 있어서 여름에 몇 달을 쉬어야 하는 다른 작물에 비해 고용주가 인건비를 부담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단위 면적당 소득이 높고 때마다 수확해 팔면 바로 돈이 들어와 자금 회전율도 좋다. 노동집약적인 작물이기 때문에 선주민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필요성도 크다. 그 때문에 고추·사과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이주노동자를 고용해 수익을 내기 위해 작물을 깻잎으로 바꾸기도 한다.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깻잎은 이주노동자를 거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저자는 이를 “이주노동자라는 인력이 만들어낸 농촌의 새로운 변화”라고 썼다. ‘이주노동자 없이 농사짓기 힘들다’는 우리 농촌의 현실이 깻잎 농사에 압축됐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주노동자는 우리 농촌에서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았지만 열악한 환경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2020년 12월 영하 18도의 한파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고 속헹 누온씨의 사연은 우리 사회 이주노동자의 주거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책은 건축법에 맞게 지어진 건물이 아니라 비닐하우스·농막에서 사는 이주노동자의 모습도 보여준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이주노동자에 기대어 지속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며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고 제언한다. 해외 이주노동 정책을 둘러보며 배울 점을 찾는다.

추천사를 쓴 최은영 소설가는 “한국인의 기본적인 생활에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이 깃들어 있다”며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나의 무감한 공모를 깨닫게 됐고 마음이 아팠다”고 밝혔다. 오늘 우리 밥상에 오른 깻잎이 어디서 온 것인지 생각해 보지 않는 일은 이주노동자가 임금체불·산재·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고통받는 일에 공모한 것과 다름없다는 자기 반성이다. 최은영 소설가는 “<깻잎 투쟁기>가 많은 분에게 가닿기를, 그리하여 이주노동자의 고통을 모르는 잔인함에 이토록 관대한 이 사회를 이 책이 변화하게 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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