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변호사)

대상판결: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17두54005 판결

1. 사건의 개요

(1) 갑은 A사에 조직돼 있던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이하 “기존노조”라고 함)의 A택시분회(이하 “A분회”라고 함)의 위원장으로 재임하다가 2015년 2월27일 A사 소속 운전직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기업단위 노동조합인 A택시㈜노동조합(이하 “A택시노조”라고 한다)을 설립해 그 위원장이 됐고 2015년 3월5일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에서 제명됐다.

(2) 기존노조 부산지역본부 부본부장으로 재임하던 을은 기존노조를 탈퇴한 후 2015년 2월13일 전국택시산별노동조합(이하 “B산별노조”라고 한다)을 설립했다. A택시노조는 B산별노조에 가입신청을 했고 2015년 3월5일 B산별노조로부터 가입에 대한 인준장을 받았다.

(3) A사에 조직돼 있는 노동조합들 사이에서 2015년 3월 무렵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개시됐는데, 갑과 B산별노조의 활동 여하에 따라 오랜 기간 A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교섭대표노동조합 지위를 보유하고 있던 기존 노조(A분회)가 교섭대표노동조합 지위를 상실할 수도 있는 상태였다.

(4) 갑은 2015년 5월1일 A사의 상무이사 병과 대화를 나눴는데, 그 자리에서 병은 갑에게 ‘갑이 위원장으로 있는 A택시노조과 B산별노조가 연대하지 말라’는 취지를 포함한 회유성 발언을 했다(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 함).

(5) 이에 갑과 B산별노조는 위 상무이사 병과 A사를 상대로 “이 사건 발언이 갑을 회유하는 것으로서 갑과 B산별노조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함을 인정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내용의 벽보를 참가인 사업장 내에 3개월 동안 게시할 것”을 구하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이하 “이 사건 구제신청”이라고 함).

2. 쟁송의 경과

(1) 병과 A사를 상대로 한 이 사건 구제신청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병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각하하고, A사에 대한 구제신청은 기각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병은 사업주가 아니어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적격이 없고, 병이 이 사건 발언으로써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재심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2) 갑과 B산별노조(이하 “원고들”이라고 함)는 이러한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1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으나(대전지방법원 2017. 1. 26. 선고 2016구합100262 판결), 원심은 병이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에 해당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적격이 있고, 이 사건 발언도 원고들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재심판정 전부를 취소했다(대전고등법원 2017. 6. 22. 선고 2017누10508 판결).

(3) 이에 피고 중노위 위원장이 병은 사업주가 아니어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적격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상고했고, 대상판결은 그 상고심 판결이다.

3. 대상판결의 요지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81조에 따라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것이 금지되는 ‘사용자’에는 사업주뿐만 아니라 사업의 경영담당자,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모두 포함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도4413 판결 참조). 한편 노조법 82조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그 권리를 침해당한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에 그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84조는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한다고 판정한 때에 노동위원회는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용자의 범위는 조문의 체계 및 규정의 문언 등에 비춰 노조법 81조에서 정한 ‘사용자’의 범위와 같다고 해석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된다.

(2) 노조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 확대한 이유는 노동현장에서 노조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다고 볼 수 있다(근로기준법에 관한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7도10873 판결 참조).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서 피신청인적격의 존부를 판단할 때도 이와 같은 정책적 배려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3)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제도는 집단적 노사관계의 질서를 침해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예방·제거함으로써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확보해 노사관계의 질서를 신속하게 정상화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7두37031 판결 참조). 그런데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부당노동행위의 유형이 다양하고 노사관계의 변화에 따라 그 영향도 다각적이어서 부당노동행위의 예방·제거를 위한 구제명령의 방법과 내용은 유연하고 탄력적일 필요가 있으므로, 구제명령을 발령할 상대방도 구제명령의 내용이나 그 이행 방법, 구제명령을 실효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법률적 또는 사실적인 권한이나 능력을 가지는지 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고, 그 상대방이 사업주인 사용자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

(5) 따라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구제명령의 상대방인 사용자에는 노조법 2조2호에서 정한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 모두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4. 대상판결의 의의

가. 부당노동행위 구제절차에서의 피신청인적격에 관한 기존 해석론

부당노동행위 구제절차에서의 피신청인적격은 노동조합 등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면서 그 상대방으로 지정한 당사자가 관련 법률에 따라 그러한 신청의 상대방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다.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노조법의 법문상 사용자를 상대로 신청할 수 있는 것이므로, 누구에게 피신청인적격이 있는가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노조법상 사용자가 누구인가에 관한 해석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종래 일반적인 실무례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절차에서 피신청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은 사업주에게만 있다고 보고, 사업주 이외의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의 피신청인적격은 부정해 왔다. 대법원도 2006. 2. 24. 선고 2005두5673 판결에서 “부당해고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 또는 특별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 발해진 경우 그 명령에 따라 이를 시정할 주체는 사업주인 사용자가 돼야 한다. 그러므로 그 구제명령이 사업주인 사용자의 일부 조직이나 업무집행기관 또는 업무담당자에 대해 행해진 경우에는 사업주인 사용자에 대해 행해진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중노위 재심신청이나 그 재심판정 취소소송 역시 당사자능력이 있는 당해 사업주만이 원고적격자로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판시해 업무집행기관 또는 업무담당자에 대한 구제명령은 ‘사업주인 사용자’에 대해 행해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해석에 대해 사용자 개념의 내부적 확장 등에 근거해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에게도 피신청인적격을 긍정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반론이 있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기존의 실무례와 달리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구제명령의 상대방인 사용자에는 노조법 2조2호에서 정한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 모두 포함된다”는 입장을 최초로 명확하게 판시한 판결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절차에서의 피신청인적격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나. 약간의 의문점

대상판결은 부당노동행위 구제절차에서의 피신청인적격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음은 물론 우리 노조법 자구에도 부합한다. 그런데 문제는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그러한 자연인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별론, 이들에게 구제명령이라는 일종의 하명을 발하는 것이 과연 실익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있다.

예컨대 이 사건의 경우 원고들이 사업주인 A사가 아닌 상무이사 병만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내용의 벽보를 참가인 사업장 내에 3개월 동안 게시할 것”이라는 취지의 구제신청을 하고, 노동위원회가 이를 인용해 병에게만 같은 취지의 구제명령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만일 이러한 구제명령의 발령 이후 병이 A사에서 사임해 버린다면, 병은 이러한 구제명령을 이행할 권한을 상실하게 된다. A사에서 사임한 병이 무슨 방법으로 A사의 사업장 내 벽보를 게시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경우 원고들의 입장에서는 사업주인 A사를 상대로 다시 구제신청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신청기간이 도과해 A사를 상대로 구제신청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사견으로는 “사업주인 사용자의 일부 조직이나 업무집행기관 또는 업무담당자에 대해 행해진 경우에는 사업주인 사용자에 대해 행해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두5673 판결이 문제의 해결에 더 부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두5673 판결은 당사자능력의 존부가 문제 되는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에서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판단했으나, 이러한 판시에 동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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