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소망)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1월27일부터 시행됐다. 그동안 양주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사고 등 여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는지가 중차대한 문제로 부각됐다.

최근 과로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상 ‘직업성 질병’에 포함되진 않지만, 과중한 업무나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로 인한 근로자의 과로사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에 해당된다는 검찰의 유권해석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말로 그러한지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모두 예방에 초점을 두고 예방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의무를 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법이다.

반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은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산재보험법은 그 목적이 다르다. 또한 산재의 의미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재보험법에서 동일한지를 살펴봐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산재를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산재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산업재해에도 해당할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산업재해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해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말한다.

반면 산재보험법의 업무상 재해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부상·질병·사망만이 아니라 부상 또는 질병이 치유됐으나 정신적 또는 육체적 훼손으로 인해 노동능력이 상실되거나 감소된 상태인 장해와, 출퇴근 재해도 포함된다.

이런 차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예방”을 목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보상”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산재보험법에서는 업무상 재해와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보다 폭넓게 인정된다. 산재보험법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러니까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른 사망 간의 인과관계의 경우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인과관계를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 취업 당시의 건강 상태, 발병 경위, 질병 내용, 치료 경과 등 제반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본다.

또한 산재보험법에서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지는 보통평균인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재해를 당한 근로자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반면에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업무 또는 작업, 그리고 가스 같은 외부 유해요인과 재해 간 상당인과관계가 엄격히 요구된다. 즉, 사업주 등의 조치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해당 질병이나 사망이 발생했는지를 엄격히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산재보험법의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지는 사업주의 조치의무 불이행이 요구되지 않는다. 따라서 산재보험법의 뇌심혈관계질병으로 사망한 점이 인정된다고 해도 곧바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검찰 해설서의 내용은 이러한 원론적인 이야기를 풀이한 것에 불과하지, 모든 산재보험법상 뇌심혈관계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곧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재해를 당한 근로자들이 조력을 받는 게 매우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산재보험법의 뇌심혈관계질병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조력이 필요하다.

부디 과열된 분위기로 인해 재해를 당한 근로자 보호가 어려워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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