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오월은 가정의 달이라니, 산 좋고 물 좋은 곳 여기저기가 사람들로 붐빈다. 마스크 벗은 아이들이 까르르 물 빠진 바닷가 모래밭을 종일 누빈다. 푹푹 빠지는 뻘밭 속 돌멩이를 들춰 게를 잡느라 해지는 줄, 물 드는 줄을 모른다. 꼬르륵 배고픈 건 잘도 알아 짹짹거리는 통에 숯불구이 자욱한 연기 속에서 아빠는 운다. 오랜만에 나선 길, 허투루 보낼 시간이라곤 없어 밤 해변에 축포를 쏴 올린다. 인터넷 최저가 검색해 구입한 폭죽은 딱 돈값을 했다. 앙칼진 소리만 요란했지, 기대했던 불꽃은 너른 하늘을 수놓기에 턱없이 소박했다. 거기 별이 수도 없이 밝았는데, 아는 것이라곤 북두칠성과 거기 붙은 북극성밖에 없어 야심 찬 천문학 강의가 값싼 화약 불꽃처럼 일찍 시들었다. 도대체 잠들지 않는 아이들이 밤늦도록 뛰었는데, 엄마 아빠 목소리가 평소와 달리 높지 않았다. 그래, 오월이니까. 생일이니까. 열여드렛날 태어난 딸아이가 촛불을 밝히며 또 한 번 그날에 관해 물었고,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가 막막했던 아빠는 뜸을 길게 들였다. 탱크와 헬기 탄 군인이 시민을 폭도로 몰아 총으로 쏴 죽인 일을 생일상 앞에서 곱씹기란 쉽지 않았던 탓이다. 근현대사 역사학 강의가 또 우물쭈물 짧았다. 다만 북두칠성이니, 북극성처럼 하늘에 새겨 자꾸 올려다볼 일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길잡이별 말이다. 푸르른 오월, 과연 아이들은 쑥쑥 자라 이제 별걸 다 묻는다. 짙은 어둠 속에서 불꽃처럼 살다 간 사람들 얘기도 틈틈이 해 줘야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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