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한때 한나라당 대권 주자로도 거론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80년대 서노련을 거쳐 90년대 초까지 진보정당인 민중당에서 활동했다. 내내 그의 수하였던 차명진 전 의원은 김 전 지사가 한나라당으로 들어가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할 때 보좌관과 공보관으로 지근거리에서 일했다. 덕분에 차 전 의원은 2006년 17대 총선에서 김 지사의 지역구를 이어받아 2선 의원까지 지냈다. 차 전 의원은 1989년엔 민중당 노동위원회가 만들었던 <노동자의 길> 편집장을 맡았다. 90년과 91년엔 민중당 구로갑지구당 사무국장도 지냈다.

이랬던 차 전 의원은 검수완박 법안에 합의해 준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장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강용석 전 의원과 나란히 섰다. 중앙일보는 이 회견 장면을 서로 ‘통화했다, 안 했다’고 공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강용석 전 의원 간 공방 기사(5월17일자)에 재소환했다. 강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원래 통화하던 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노이즈 마케팅은 언론이 보도해 주면 더 기승을 부린다. 기자는 양측 공방을 중계보도하면 하루치 업무량을 채우겠지만, 시민에겐 ‘정치 공해’일 뿐이다.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

국민일보는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 기념 만찬장에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김건희씨가 웃으며 함께 찍힌 사진의 의미를 1주일이나 지나서 설명하는 기사를 썼다. 국민일보는 지난 17일 “김건희 여사 앞 웃다 곤욕 치른 윤호중, 시아버지와 항렬 같다는 말에 웃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국민일보는 이 기사에서 만찬장 사진 속 웃음의 의미가 지난 16일 윤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여야 지도부와 만나 사전 환담하는 자리에서 밝혀졌다고 했다. 김건희씨가 윤 위원장에게 “시댁이 파평 윤씨고 시아버님이 위원장님과 항렬이 같다.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아버지가 윤기중이고, 윤호중 위원장과 ‘중’자 항렬이 같다.

윤 대통령 취임식은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꼭 주인공이 윤석열이라서 그런 것만이 아니다. 유튜브만 열면 언제든 보는데 먹고살기 바쁜 시민이 대통령 취임식을 본방 사수해야 할 이유가 없다. 취임사에 ‘자유’를 35번 언급했다는 것까지 알아야 할까. 취임사가 3천303자로 약식 취임식을 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3천181자와 비슷하다는 것까지 알고 싶지 않다.

동아일보는 지난 9일 경제섹션 1면을 모두 할애해 조선업종의 인력난을 보도했다. “구인난에 웃지 못하는 조선업계” “올 300명 조선소 교육원 첫 모집에 들어온 건 18명” “수주 대박 나면 뭐하나, 배 만들 사람이 없는데” 같은 제목을 넣어 수주량이 많아 조선업이 호황인데도 ‘배 만들 사람이 없다’며 속앓이하는 조선회사들의 고충을 충분히 담았다.

조선업에 생산인력이 부족한 건 언론의 책임도 상당하다. 언론은 7~8년 전 조선업 불황 때 앞다퉈 인력 구조조정을 부추기는 기사를 써 댔다. 덕분에 여론을 등에 업은 조선사는 손쉽게 사람을 잘랐다. 정규직 2만명 대 비정규직(사내하청) 5만명이 일했던 현대중공업은 비정규직을 절반 이상 줄였고, 정규직도 각종 구조조정으로 인력을 줄였다. 그 결과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 방어진에 빈집이 크게 늘기도 했다.

당시 생각 있는 조선업 연구자들은 불황 뒤에 호황이 왔을 땐 인력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부분 언론은 귀 기울이지 않았다. 한국 언론은 쓸데없는 것만 보도하거나, 쓸데 있는 걸 보도해도 꼭 본질은 외면한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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