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태승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대상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4. 7. 선고 2020가합552422 판결

1. 사건의 개요

(1) 원고들은 국립대학 기숙사 체력단련실에서 근무한 직원이다. 원고들은 각각 2011년, 2013년부터 근로계약을 체결해 수년간 근로계약의 체결을 반복 갱신해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2) 즉 원고들은 사업장에서 2년 이상의 근로계약관계가 유지된 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4조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의 체결이 간주돼야 했다. 소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했다.

(3) 그러나 피고 국립대학법인은 원고들에 대해 무기계약직 지위를 부인했다. 피고는 원고들에 대한 채용 당시 요건으로서 ‘체육지도자’의 자격을 보유할 것을 요구해, 원고들은 모두 스포츠지도사의 자격을 보유한 점을 강조했다. 즉 기간제법 4조1항6호, 동법 시행령 3조3항7호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4) 반면 원고들은 근무기간 중 주로 담당한 업무는 체육지도 업무가 아닌, 기숙사 내에 설치된 3개 체력단련실의 유지·관리를 위한 행정·사무 업무임을 강조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지위에 대한 확인을 구하며,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에 비해 과소지급 받은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 인정

대상 판결은 이 사건에서 기간제법 4조1항6호, 동법 시행령 3조3항7호에 따른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즉 기간제법 적용의 예외가 되는 ‘체육지도자’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봤다. 원고들을 기간제법 4조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했다. 구체적인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간제법 4조1항 단서가 정한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 사유는 고용불안 해소 및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기간제법의 입법취지에 따라 엄격히 해석할 필요가 있다.

둘째, 원고들이 담당한 실제 구체적인 업무의 내용과 비중을 살펴보면, 원고들의 담당 업무는 “주로” 회원 관리, 체력단련센터 운영, 인력관리, 회계업무 등의 행정·사무 업무로 평가함이 타당하다.

셋째, 체력단련실에서 이뤄지는 체육 수업(요가, G.X, 방송댄스, 필라테스, 발레 등) 지도는 원고들 이외에 피고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강사에 의해 이뤄졌다

넷째, 기간제법 시행령 3조7호에 따라 체육지도자에 대해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를 인정한 이유는 체육지도자 업종의 특성상 수요변동이 강한 사정 때문인 바, 원고들의 업무 내용이 수요 변동성이 강한 업무로 평가하기 어렵고, 오히려 상시적 업무로 볼 수 있다.

나. 임금 차액 청구 인정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4조2항 적용을 전제로, 원고들이 피고의 ‘무기계약직’ 직종의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무기계약직 근로자들과 비교할 때 과소지급(혹은 미지급)된 기본급, 정근수당, 정근수당 가산금, 대우수당, 명절휴가비, 맞춤형 복지포인트 상당의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특히 강조한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피고 국립대학법인 무기계약직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은 성질상 특정 업무나 직종에 종사하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

둘째, 원고들이 소속된 피고 국립대학법인 기숙사에는 생활관 운영·관리, 재무·예산·회계, 자재관리, 집기 및 소모품 구매 업무 등을 담당하는 무기계약직이 존재한 바,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의 내용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셋째, 기간제법의 취지에 비춰 보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체결이 간주된 경우,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 역시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기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적용된 근로조건보다 더 불리해질 수는 없다.

3. 대상판결의 의의

가. 사용기간 제한 규정의 적용 여부는 엄격히 판단해야

대상판결은 기간제법상 사용기간 제한 규정의 적용 여부를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선언한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존재한다. 기간제법 4조1항 및 동법 시행령 3조는 다양한 직군에 대해 사용기간의 제한을 인정하고 있는 바, 과거부터 헌법상 평등권 및 근로의 권리 침해 논란이 존재한 규정이다. 특히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가 기간제 근로계약의 상용화를 방지해 고용안정을 도모하고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함을 감안할 경우, 위 사용기간 제한 규정은 사실 그야말로 입법 취지에 반하는 규정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특정 근로자에 대해 기간제법상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 규정을 적용할지 여부에 대해선 신중하고 엄격한 판단이 필요한 바, 대상판결은 이를 분명히 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기간제법 혹은 동법 시행령이 당해 직종에 대해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를 둔 취지를 고려한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 과거 주요 판결은 ‘체육지도자’ 직종에 대해 사용기간의 제한을 둔 주된 취지를 체육지도자 직종에 대해 강한 수요변동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라 판단했다.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입법취지를 고려해 원고들과 같이 상시적인 업무, 주로 행정·사무 업무에 종사한 근로자의 경우 수요변동성이 강한 직종이라 평가하기 어렵고 기간제법상 사용제한의 예외가 되는 ‘체육지도자’ 업무에 종사한 자로 볼 수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기간제법상 특정 직종에 대한 사용기간 제한 예외의 규정은 ① 입법 정책적으로는 폐기되거나 대폭 축소될 필요가 있으며 ② 현행법의 적법 여부를 전제로 한 판단이 이뤄질지라도 이의 적용에 있어서는 입법 취지를 감안한 지극히 신중한 판단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나. 대전 MBC 판결 적용, 임금 차액 상당의 청구 인정

또한 대상판결은 이른바 대전 MBC 판결(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5다254873 판결)을 원용해,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의 임금 청구를 인용한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기간제법 8조가 정한 이른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단순히 기간제 근로계약이 유지되는 과정에서만 적용돼야 할 법 원칙을 넘어, 기간제법 4조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는 시점’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간제법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들 역시,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종전의 무기계약직 혹은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불리한 처우를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대상판결은 맞춤형 복지포인트 상당의 차액 청구를 인용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9. 8. 22. 선고 2016다48785)은 맞춤형 복지포인트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임금성을 부인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는 위 전원합의체 판결을 들어 맞춤형 복지포인트는 임금이 아니기에, 차별 상당의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부재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맞춤형 복지포인트가 근로기준법상 임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차별적 처우가 금지되는 근로조건의 한 영역을 구성한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대상 판결 역시 동일한 취지에서, 맞춤형 복지비를 차별지급한 것은 기간제법 8조의 취지에 반한다고 봐 차액 상당의 금원 청구를 인용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