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가 16일 서울시청 앞에서 공공의료·의료인력 확충과 지역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전국 캠페인 서울 일정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조합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서울시가 지난 6일 코로나19 사태 같은 감염병 대응과 취약계층 건강권 보장을 위한 ‘서울형 공공의료’를 확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6년까지 총 6천120억원을 투자해 재난대응 특화 ‘서울형 공공병원’을 세우고 재활치료 전문 공공재활병원과 제2장애인치과병원도 건립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오세훈표 공공의료 계획’이 ‘반쪽짜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병원을 새로 지어도 그곳에서 일할 보건의료 인력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인력확충을 위해 조례를 제정하고, 새로운 공공병원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민간병원의 공공적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공공병원 신설보다 포화상태 민간 인프라 활용을”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밝힌) 계획은 가장 시급했던 공공의료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내용들로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의료기관의 보건의료 인력을 어떻게 확충할지에 대한 방안과 구체적 재원 마련 대책이 없고 노동집약산업인 보건의료 분야의 특성을 고려한 노동과 일자리 관련 세부 계획은 아예 빠져 있어 반쪽짜리 청사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내 전체 병상 중 공공병상은 10.3%에 불과하고, 인구 1천명당 공공병상 비율은 0.86%로 전국 평균 1.24%보다 낮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국면마다 중환자 병상 부족, 의료인력 부족 같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지난 6일 공공의료 확충 계획을 발표하며 4천억원을 투입해 2026년까지 서초구 원지동에 600병상 규모의 서울형 공공 종합병원 건립 계획을 밝혔다. 200병상 규모의 공공재활병원을 세우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서울시가 운영 중인 장애인치과병원도 2024년까지 서남권에 한 곳을 추가로 건립한다. 기존 시립병원은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강화한다.

최희선 노조 서울지역본부장은 “서울이 감염병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 이유는 병상은 많지만 병원과 의원급 민간병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필수의료를 책임질 수 있는 종합병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서울의 공공의료 확대는 공공병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민간 중심으로 포화상태에 있는 인프라를 활용해 공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공공-민간 협력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조는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9·2 노정합의를 서울부터 이행할 것을 포함해 △의료기관 주 4일제 도입 △간호간병통합서비스·지역돌봄 전면 확대 △지역 공공보건 거버넌스 강화 및 초기업교섭 활성화를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서북권·동남권에 공공병원 신축, 서울시 공공의료기관 의료인력 기준 조례 제정, 시민건강 부시장 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공공보건의료 개념 재구성 필요
민간도 공공적 역할 해야”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센터마크호텔에서 노조 주최로 열린 ‘코로나19 이후 서울시 공공의료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도 오세훈표 공공의료 계획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 정책본부의 김형균 정책기획실장은 “인력확충 계획이 없는 공공의료는 저희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며 “수익이 아닌 주민들에 대한 양질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길남 정의당 서울시당 노동대협국장도 “공공의료 인력을 어떻게 충원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며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구체적 계획이 빠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공공보건의료 개념을 재구성하라고 제안했다. 임 교수는 “의료 취약지에만 공공병원을 설립하는 (과거) 공공보건의료 개념을 재구성해야 한다”며 “보건의료가 공익적 재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민간도 공공적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응급·외상, 산모·어린이·장애인 같은 필수의료 분야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공공-민간이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조는 이날 토론회에 앞서 송영길 후보와 9·2 노정합의 이행을 위한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노조는 지난 11일 진보단일후보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와도 정책협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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