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마스크 벗고는 처음 만난다며 마이크 잡은 사회자가 거기 모인 스태프들에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햇볕도 바람도 좋은 날이었다. 거리가 반짝거렸고 북적거렸다. 사람들은 이제 야외에서 마스크 벗고 설 자유를 즐겼다. 말과 표정이 밝았다. 기자회견은 활기찼고 순조로워 보였다. 얼굴을 다 덮는 마스크 쓴 사람들 얘기가 다만 그렇지 않았다. 부당한 해고와 갑질을 증언하던 그들은 자주 울먹거렸다. 무너지기 직전이었다고 했다. 얘기를 들어주고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닌 옆자리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였고, 프리랜서 방송작가였고, 학원 강사였다. 제정 69년, 낡은 근로기준법에 숭숭 뚫린 구멍 때문이라고 사람들이 말했다. 무너지기 직전이라고,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심각한 발언이 한창인데, 상징의식 하려고 옆자리 세워 둔 조형물이 그만 바람에 넘어졌다. 구멍 많은 낡은 근로기준법을 집 모양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다시 세우느라 스태프들이 바쁘다. 아주 망가뜨릴 순 없어 손놀림이 조심스러웠다. 넘어지지 않게 회견 내내 붙들고 서 있어야 했다. 상징의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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