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3일 오전 강원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의료·의료인력 확충, 지역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9번째 전국캠페인을 진행했다.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가 ‘내 곁에 든든한 모두의 공공의료’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달 26일부터 3주 넘게 이어 온 전국순회 캠페인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노조는 전북·광주전남·대전충남·부산·대구경북·충북·울산경남·경기·강원을 거쳐 16일 서울과 17일 인천을 끝으로 캠페인을 마무리한다.

나순자 위원장은 지난 13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각 지역에서 진행한 기자회견과 정책토론회가 일회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공공의료와 의료인력 확충에 대한 운동의 주체를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며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실질적으로 6일 충북지역에 다녀온 뒤로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가 꾸려지는 등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도 더딘 의료현장 변화
“중앙정부 사업에 지자체 참여 독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과 보건의료인력 충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의료현장의 실질적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노조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2일 코로나19 극복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공공의료 강화, 보건의료인력 부족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문을 도출한 뒤 코로나19 병상 간호사 배치기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하지만 현장에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국정과제에도 노정합의 이행에 대한 의지가 빠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계획이 빠진 데다 필수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적자 해소 방안에 대한 조치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9·2 노정합의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노조 캠페인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노정합의에 “지역주민의 강한 공공병원 설립 요청이 있는 지역의 공공병원 설립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재정당국 등과 논의를 거쳐 추진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각 지역에서 공공병원 설립을 적극 이슈화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을 위해 정부가 지난달 29일부터 시행하는 ‘간호사 교대제 개선 시범사업’이나 전면 확대하기로 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지자체 차원의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노정합의를 지역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간 의료격차 완화도 중요한 과제다. 노조에 따르면 기대수명이 가장 낮은 경북 영양(78.9세)은 가장 높은 경기 과천(86.3세)보다 7.4세가 차이 나고, 입원사망률이 가장 높은 강원 영월권(1.74)이 가장 낮은 서울 동남권(0.83)보다 2배 이상 높다. 경실련이 발표한 ‘지역 간 공공의료 격차와 공백 실태’ 자료를 보면 17개 광역 시·도 적정규모(500병상급) 공공병원 설치율은 평균 24%에 불과하다. 공공병원이 설치돼 있어도 300병상 미만의 소규모이거나 미설치된 지역이 전체 70개 중 43개로 61%다. 지역 공공병원 인프라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지방정부 정책 개입”

노조는 이번 전국캠페인을 시작으로 지역운동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해 6·1 지방선거에서 각 지역 공공의료 의제를 이슈화한다는 계획이다. 9·2 노정합의를 지역으로 확산시키고 선거 이후 지방정부의 정책에도 공공의료 확충·보건의료인력 충원이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 나순자 위원장은 “중앙정부가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방정부가 (공공병원) 부지 선정이나 예산 반영 등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추진이 되지 않는다”며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이후 지방정부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운동 단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캠페인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자체 후보들은 노정합의 이행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는 10일 보건의료노조 주최 경기도지사 후보초청 정책토론회에서 “합의는 지켜져야 하고 도민을 위한 합의를 이끄는 것이 도지사의 역할”이라며 “도지사가 된다면 9·2 노정합의도 더 잘 지켜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9일 경남도지사 후보초청 토론회에서 양문석 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는 “서부경남공공병원 설립은 물론 거창·통영 적십자병원 이전 신축, 마산의료원의 증축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노조 지역본부는 지자체 후보들과 정책협약을 추진 중이다. 노조 서울지역본부는 11일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와 9·2 노정합의 이행을 위한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노조는 13일 김동연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같은날 이광재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와도 정책협약을 맺었다.

▲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9일 오후 창원 성산구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공공의료·의료인력 확충, 지역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7번째 전국캠페인을 진행했다. <보건의료노조>
▲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9일 오후 창원 성산구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공공의료·의료인력 확충, 지역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7번째 전국캠페인을 진행했다.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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