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다혜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금속노조 법률원)

1주일은 며칠일까? ‘1주일은 7일’ ‘하루는 24시간’과 같은 것은 보편적 상식일 텐데, 사실 1주일이 며칠인지를 두고 꽤 오랜 세월 논쟁이 있었다. 근로기준법상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노동의 원칙을 회피해 가급적 길고 싸게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부리고 싶은 이들 때문이다. 만약 근로기준법상 1주일은 5일이고(세상에!)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경우, 법정근로시간 주 40시간에 법이 허용하는 최대 12시간 연장근로, 그리고 1주일에 포함되지 않는 토·일요일(세상에!!) 16시간까지 모두 합쳐 주당 최대 68시간의 근로시간을 뽑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논쟁은 근로기준법에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는 개념 정의 규정이 신설되면서 마무리됐다. 다만 놀랍게도 대법원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개정 전 구법상 '1주'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관련해서 많은 쟁점이 있지만 간단히 ‘1주’ 논쟁을 소개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당연하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을 둘러싼 해석의 시장이 이토록 다채롭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다.

2017년 5월1일 노동절,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로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은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중첩작업을 하던 골리앗크레인과 타워크레인이 충돌하면서, 노동절에도 일터로 나와야 했던 노동자들 위로 구조물이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은 원·하청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전부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이 1·2심과 정반대의 판단을 하게 된 배경에는, 아래와 같은 정반대의 해석이 있었다.

위 사건에서 제기된 위반사항 중 하나는 크레인 간 중첩작업시 충돌 예방을 위한 신호방법을 제대로 정하지 않은 문제였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은 사업주에게 크레인을 사용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 ‘일정한 신호방법’을 정해 신호하도록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여기서 ‘일정한 신호방법’이 무엇을 말하는지가 쟁점이었다. 삼성중공업 등은 일정한 신호방법을 정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크레인 중첩작업시 신호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규정은 없기 때문에 이를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고, 항소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해석했다. 해당 안전보건규칙의 내용 및 취지에 비춰 보면 위 규정이 발생 가능한 것으로 예정한 안전사고 중에는 다수 크레인의 중첩작업에 따른 크레인 충돌 사고도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및 이 사건과 유사한 안전사고 전력에 비춰 보면, 위 규정이 정한 ‘일정한 신호방법’에는 크레인 중첩작업에 따른 충돌 사고 방지를 위한 것도 포함돼 있다고 해석했다. 크레인의 단독작업에 따르는 일정한 신호방법을 정하는 것만으로는 합리적으로 필요한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 여부 판단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사업주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를 한 사실이 있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춰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했다고 볼 수 없다는 원칙을 밝혔다. 특히 해당 산업현장에서 동종의 산재가 이미 발생했던 경우에는 사업주가 충분한 보완대책을 강구함으로써 산재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하는 각종 예방조치를 성실히 이행했는지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실 당연하고도 평이한 해석이다. 다수의 크레인이 상시적으로 중첩작업을 하는 사업장이다. 심지어 이전에 크레인 충돌로 안전사고가 수차례 발생했다. 그렇다면 크레인 단독작업뿐만 아니라 중첩작업시에도 안전을 고려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마땅한 해석 아닐까. ‘일정한 신호방법’을 어떻게든 최소한의 것으로 읽고자 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어려울 것이 없다. 옆 동네 다른 회사 사업장에서의 필요한 조치를 묻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의 특성과 실태를 구체적으로 고려해 법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면 될 일이다.

법이 모든 사업장, 모든 작업, 모든 기계·설비 등에 필요한 조치를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한없이 세세하게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 않다고 해서 이를 근거로 처벌하는 것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위반 여부를 구체적 실태에 비춰 실질적 조치에 이르는지를 판단하는 식으로, 사실상 포괄적 의무로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안녕(安寧)이 위태로운데, 이토록 당연한 해석을 두고 돌아가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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