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예상되는 새로운 노정관계를 준비하기 위해 내부를 정비하고 있다. 정책 면에서는 기존 정부와 크게 변화하지 않겠지만 양대 노총 등 조직노동 길들이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증폭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양대 노총 등에 따르면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인상률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을 가늠할 나침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출범 후 첫 노동 관련 이벤트라는 점에서 양대 노총이 논의 향방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노동시간 유연화·임금 하향화 성과 내고 싶어 할 것”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을 “급격한 인상”으로 평가하며 지역별·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은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인상 폭을 최소한으로 줄이려 할 것이라 예상된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인플레이션이 심각해 실질임금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박근혜·문재인 정부 평균 수준인 7% 정도를 가져가면서 따뜻한 보수정권임을 보여줄 것인지, 핵심 지지층의 이해를 반영해 최소한으로 낮추면서 부자를 위한 정권인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노총도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분석과 한국노총 대응 방안을 주제로 한 내부 보고서에서 “소득분배 개선 효과가 가장 높고 직접적인 최저임금 정책은 자취를 감췄고 대신 간접적이고 부분적 효과가 나타나는 근로장려세제(EITC) 대상과 지원을 확대하는 것으로 (정책의) 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주요 노동정책은 고용노동부 관료 중심으로 설계·집행되면서 이전 정부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애림 서울대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노동시간 유연화와 공공부문에 직무급제를 도입해 임금을 하향시키려는 데에서는 성과를 내고 싶어 할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부에 있어 왔던 흐름이기 때문에 노동정책 전반에 아주 큰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민주노총 적대시, 한국노총 포섭
‘박근혜 정권’ 재연 예상돼

양대 노총과 전문가들은 조직노동과의 노정관계에서는 새로운 국면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희 소장은 “민주노총은 적대시하고 한국노총은 포섭 대상으로 삼는 양면 전략이 이전 정부보다 더욱 노골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노총 출신 노동부 장관을 임명했지만 한국노총까지 설득할 수 있는 노동정책을 펼 것인가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다”고 말했다. 윤 책임연구원은 “정권 초기에는 껄끄러움이 있겠지만 결국 한국노총을 포섭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고 민주노총은 배제 내지 적대하는 형태의, 박근혜 정부와 유사한 노정관계를 형성할 것 같다”며 “경제나 노동시장 상황이 악화하면 이를 무마하기 위해 조직노동을 희생양 삼아서 위기를 넘으려는 시도도 예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와 거리 두기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 노동유연화, 기업감세, 사회복지 축소 또는 시장화, 시장원리에 의한 경쟁 등 반노동 정책이 상당히 많이 보인다”며 “행정부가 주관하는 사회적 대화에는 신중히 접근하는 등 협상과 투쟁을 병행하되 무게중심을 투쟁에 두는 활동기조로 옮겨 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연맹이 이날 각각 발표한 윤석열 정부 출범 관련 성명서를 보면 긴장감이 엿보인다. 언론노조는 “정권의 편의를 위해 언론 자유를 흔들어 보자는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 윤석열 정부도 실패한 다른 정부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 ‘강성 첨병 언론노조’는 앉아서 보기만 하지 않겠다”고 논평했다. 전교조·공공운수노조·건설노조·보건의료노조 등도 취임일에 즈음해 성명을 내고 새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집회 개최를 이유로 윤택근 수석부위원장이 구속되고 지난해 SPC그룹을 대상으로 운송거부 투쟁을 한 화물연대본부 지도부에 뒤늦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 동안 버티고 투쟁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현장에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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