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법무부 장관 후보 한동훈 딸의 ‘스펙 쌓기’로 시끄럽다. 한동훈 부부가 미국에서 낳아 이중국적자인 딸은 ‘A’란 영어 이름을 갖고 있다. A는 채드윅 국제학교(Chadwick International School)에 재학 중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인천 송도에 위치한 이 학교는 2010년 개교한 ‘외국교육기관’으로 유아원·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과정이 있다. 위키백과의 ‘외국교육기관’을 누르니 ‘외국인학교’로 넘어가며 이런 설명이 붙는다. “외국인학교란 어떤 나라 안에 거주하는 다른 국가의 학생을 위해 설립된 학교이다.”

위키백과는 “외국인학교는 국내 학교에 비해 수준 높은 수업이 이뤄지고, 학생들의 해외 대학 진학률이 높다 보니, 일부 부유층이 온갖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서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외국인학교가 ‘귀족학교’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설립 취지와는 달리 외국인에 비해 내국인들의 비율이 높은 학교도 있다. 고위층의 경우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보낼 자격이 되지 않으면서도 편법으로 보내는 일도 있다”고 덧붙인다.

채드윅 국제학교 사이트는 영어 일색이다. 학교 과정을 Village School, Middle School, Upper School 세 가지로 소개한다. 빌리지스쿨은 초등학교, 미들스쿨은 중학교, 어퍼스쿨은 고등학교 과정으로 추정된다. 나무위키는 “어마어마한 학비를 자랑”하는 이 학교가 “외국인학교나 국제학교 중에서도 최고로 뽑힌다”면서 일년 학비가 빌리지스쿨 3천400만원, 미들스쿨 3천700만원, 어퍼스쿨 4천만원이라 소개한다. 채드윅 국제학교 이사회 성원은 14명인데, 그중 절반이 한국인이거나 한국계다. 세계적 봉제업체인 영안모자 부회장 백정수가 눈에 띈다. 그는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로 번역해 논문 제목을 달아도 인정해 주는 국민대 학교법인의 이사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했다.

한동훈 딸이 다니는 학교가 어떤 곳인지 살펴본 이유는 지난해 10월 전라남도 여수의 요트선착장에서 요트 바닥에 붙은 조개를 청소하다 죽은 홍정운군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당시 17세였던 특성화고 3년생 홍군은 요트업체 대표에게 잠수 명령을 받았다. 잠수자격증도 없이 몸에 맞지 않는 잠수장비를 착용했던 홍군은 10킬로그램짜리 납벨트를 찬 채 7미터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 숨졌다.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 재해조사와 산업안전감독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 12건이 확인됐다. 지난 2월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단독 홍은표 부장판사는 요트업체 대표 황아무개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죄목으로 징역 5년, 해당 업체에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다.

지배 엘리트의 아이들이 ‘귀족학교’를 다니는 사이,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특성화고를 간다. 필자가 어릴 때는 실업계라 했다. 상고나 공고나 농고 등이 있었다. 특성화고 아이들이 공장에 실습 나갔다 죽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죽지만, 노무현-문재인 정권에서도 죽음은 이어진다. 이런 사이 조국의 딸은 한영외고를 다녔고, 한동훈의 딸은 채드윅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최저연령’ 협약 138호를 1999년 1월28일 비준했고, ‘최악 형태의 아동노동’ 협약 182호를 2001년 3월29일 비준했다. 둘 다 김대중 정권 때다. ILO 아동노동 협약은 15세 미만 아동은 공장이 아니라 학교에 다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5~17세 청소년도 아동으로 보는 협약은 “안전과 건강과 도덕에 해를 가하지 않는 일”만 청소년에게 시킬 수 있다고 제한한다. 필자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실습은 아동노동 협약의 측면에서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가 무슨 노력을 기울였는지 교육부와 노동부에 정보공개청구로 물었으나, 하는 일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한동훈이 “딸 조롱글을 올린 전직 기자를 아동학대로 법적 조치”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엘리트 검사스럽게 한동훈측은 아동복지법 17조5호에서 금지하고 있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기자가 했다며, 71조1항2호 “17조3호부터 8호까지의 규정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을 들먹였다.

아동복지법을 보니 3조에서 “아동이란 18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고 돼 있다. ILO 아동노동 협약 138호와 182호가 말하는 아동노동 연령에 부합한다. 아동복지법 17조3호는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정확하게 특성화고 실습생 산재사고에 해당하는 조항이다.

엘리트 검사 아빠와 김앤장 변호사 엄마를 둔 이중국적자 A는 바다가 보이는 송도의 ‘국제학교’에 다니다 전직 기자의 조롱글로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한국인 국적만 가진 정운이는 바다가 보이는 여수의 ‘특성화교’에 다니며 실습을 나갔다가 주말과 공휴일에도 일하다 죽었다.

“정서적 학대”를 당했지만 A는 아빠가 이번 위기만 잘 넘기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안에 국제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있는 대학을 갈 수 있을 것이다. A가 그러는 사이, 검사 아빠와 변호사 엄마 같은 ‘귀족 부모’를 두지 못한 민중의 아들딸들은 ‘그렇고 그런’ 학교를 졸업하고 험한 일이라도 감지덕지하다며 공장에서 일하다 죽거나 다칠 것이다.

아동복지법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장관 후보자로 의사 ‘고용세습’ 전문가인 경북대병원 의사 정호영이 지명됐다.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한 지 20년이 넘은 ILO 아동노동 협약은 제대로 이행되고 있으며, 또 될 수 있을까.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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