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 노동자들이 차기 정부에 전력산업 민영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최근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전력구매계약(PPA)을 확대하고 한국전력공사의 전력시장 독점 판매구조를 개방하겠다고 밝힌 대목을 비판한 것이다. 9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시장 민영화는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전력구매계약 확대 “은밀한 민영화”

인수위는 지난달 28일 경제2분과 브리핑과 3일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PPA를 확대해 한전의 독점 판매구조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PPA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사업자와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한전을 통하지 않고 직접 계약을 체결해 전기를 사고파는 것이다. 현재는 한전이 전기를 전량 매수해 고객에게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 한해 기업 간 PPA를 허용한 상태다.

이에 대해 한전과 한전의 발전 자회사, 그리고 관련기관 노조가 뭉친 전력산업정책연대는 “우회 민영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가 한전을 분할 매각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력시장 장벽을 없애는 방식의 이른바 ‘은밀한 민영화’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민간발전사를 허용해 특혜를 주고 우회 민영화를 가속화한 구태의연한 신자유주의적 망령카드”라며 새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명분으로 민간에게 공공성이 강한 전력시장을 넘겨주는 정책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려 하고 있어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규모의 경제 무너지고
대기업 전력공급사 위주 재편”

이들은 전력시장 개방은 대기업 특혜라고 지적했다.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하는 전력산업 특성상 대형 전력공급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고, 대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독점이윤을 추구하면서 설비투자는 뒷전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요금인상 같은 문제와 함께 전력공급 불안정성을 초래해 산업 피해와 국민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만약 전력시장을 개방하면 한전은 민간 대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송·변전·배전 사업자로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사회적 갈등비용이 크고 대규모 정책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전력망 확충은 한전에 맡기고 대기업은 수수료만 지불한 채 발전과 판매를 겸영하는 특혜를 누리게 된다.

이 때문에 전력산업정책연대는 공공성에 기반한 전력산업 운용을 촉구했다. 이들은 “공공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는 공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고 수직 통합적 지배구조를 구축해 재생에너지 확산에 기여해야 한다”며 “새 정부가 전력산업의 공적가치를 훼손하고 민간주도 시장 정책을 강행한다면 노동자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다양한 전력서비스 사업자 진입 여건을 조성하다는 의미로, 전력시장 민영화는 아니다”고 밝혔다. PPA 확대 범위에 대해서도 “재생에너지 이외 다른 발전원으로 PPA 범위를 확대하는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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