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KB국민은행의 알뜰폰 판매사업에 대한 감독을 요구했다. <이재 기자>

KB국민은행이 알뜰폰을 창구에서 팔지 않도록 한 정부조치를 또다시 어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민은행 노동자들은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금융위원회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점검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KB국민은행은 금융과 통신 융합모델이라며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이동통신 서비스인 리브엠(Liiv M)사업을 시작했다. 금융소비자에게 알뜰폰을 판매하는 사업이다. 금융위는 2019년 10월 이 사업을 금융혁신지원 특별법(금융지원법)에 따른 혁신금융서비스 1호로 지정했다. 2년간 규제를 유예했다.

KPI 실적압박 빈번, 노사 갈등 원흉

그런데 지정 이후 현장에서 문제가 터졌다. 은행쪽이 알뜰폰 판매에 박차를 가하면서 직원을 평가하는 핵심성과지표(KPI)에 알뜰폰 판매 실적을 삽입하려 하는가 하면, 판매 실적을 공개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하면서 실적 압박을 했기 때문이다. 지점 간 판매실적 공유 같은 일들이 빈번해지면서 창구직원들까지 알뜰폰 판매 압박에 시달린 것이다.

2년 가까이 이런 문제가 드러나면서 노사 갈등이 커지기도 했다. 류제강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앞서 지정 초기 지점 간, 직원 간 갈등을 부추기는 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알뜰폰 사업이 화두가 됐을 정도다.

실적 압박에 고통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아지면서 지부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철회를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정 유효기간 2년이 도과한 이후 금융위는 지부의 요청과 국회의 지적에도 2년간 사업을 더 할 수 있도록 재지정했다. 다만 지부의 문제제기를 일부 수용해 △지역그룹 대표 역량평가 반영 금지 △강매 행위 금지 같은 부가조건을 붙였다.

“시중은행으로 확산할 수도”

다행히 재지정 이후 실적 압박은 일부 해소됐지만 대면판매를 금지한 부가조건 위반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지부의 설명이다. 류 위원장도 “사쪽의 실적 할당과 압박을 차단하기 위해 지부가 쏟은 노력이 부가조건에 반영된 것”이라면서도 “알뜰폰 혁신금융서비스를 온라인과 콜센터 같은 비대면 채널을 통해 제공하라는 게 또 다른 부가조건인데 현재 대면판매가 이뤄지고 있어 명백한 부가조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지부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간 알뜰폰 판매실적 가운데 영업점 개통 비율은 3.8%다. 류 위원장은 “사쪽은 규모가 크지 않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정도가 미미하면 위반이 아닌 게 되는 것이냐”며 “비대면 채널 판매 원칙이라는 금융당국의 부가조건마저 우습게 보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지부는 금융당국이 금융지원법에 따른 관리감독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지원법은 금융위원회에 사업자의 의무 위반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는데 이를 전혀 행사하지 않을 뿐 아니라 현장 점검이나 사후 관리가 일체 없다는 것이다.

류 위원장은 “현재는 혁신금융서비스라 국민은행 1곳에서 발생하는 일들로 치부할 수 있지만 향후 이 사업을 전체 시중은행에 확산시키면 실적 압박 같은 행위가 광범위하게 일어날 수 있다”며 “지금은 제한적으로 발생하는 창구판매도 일반화해 사실상 금융업의 본말전도가 전망됨에도 당국이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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