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KDB산업은행 노동자들이 산은을 부산으로 이전시키려는 정치권의 외압이 자칫 적기의 금융지원을 불가능하게 해 금융사고를 일으킬 염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산은을 민영화했다가 재통합하는 과정에서 금융지원을 받지 못해 파산한 동양그룹 사태를 예로 든다.

“산은이 3천억원 제때 지원했으면 살았을 것”

동양그룹 사태는 2013년 10월 동양그룹 계열사인 동양·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동양네트웍스·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사건이다. 이들 회사는 4만명에게 1조7천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판매했다. 회사채 판매 배경이 당시 그룹 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위한 것으로 드러났고, 당시 판매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불완전판매 여부에 따른 피해자 관련 소송이 최근까지 진행됐다.

한때 10대 대기업에 속했던 동양그룹은 2006년부터 경영난을 겪으면서 회사채와 CP를 잇따라 발행했다. 2013년 당시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와 CP만 2조원 상당이었다. 조윤승 금융노조 KDB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1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동양그룹 사태 이후 업계에서는 산은이 3천억원만 적기에 지원했다면 살았을 것으로 평가한다”며 “그러나 당시 산은은 민영화 이후 재통합 과정에서 제대로 업무를 할 수 없었고, 그 결과 수많은 투자자와 동양그룹 직원들이 피눈물을 흘렸다”고 설명했다.

조 위원장의 설명처럼 당시 산은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민영화를 5년 만에 철회하고 현재의 통합 산은 체제로 회귀하던 시점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부터 산은 민영화 논의를 시작해 2009년 산은에서 정책금융 기능을 분할한 정책금융공사를 별도로 설립하고 산은의 투자은행(IB) 같은 상업금융 기능을 묶어 산은금융지주로 만드는 계획을 실행했다. 산은을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산은 민영화의 그늘
정책금융공사 2조원, 산은 3조원 손실

그러나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의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는 2013년 8월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을 발표하고 산은금융지주를 해체하고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를 다시 통합한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및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시장여건 악화로 당초 민영화 결정 시보다 산은 민영화 추진동력이 약화했다”며 “오히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안전판, 기업구조조정 같은 정책금융 기능 강화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기 일본과 중국의 개발은행도 민영화를 중단하거나 보류하고, 세계적으로도 정책금융 기능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실제 민영화 이후인 2010년부터 다시 산은으로 회귀한 2014년까지 정책금융 실적은 미비하다는 평가다. 조 위원장은 “2010년 1조2천478억원이던 정책금융공사 연결 총포괄이익은 이듬해 절반(7천958억원)으로 감소했고 2012년에는 2천198억원 적자를, 2013년에는 2조1천188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고 설명했다.

산은도 멀쩡하진 않았다. 정책금융을 떼어 냈는데도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줄곧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 그리고 통합 이후에는 정책금융공사가 갖고 있던 적자구조를 그대로 떠안아 당기순이익 기준 2015년 1조8천951억원 적자를, 2016년 3조6천411억원 적자를 냈다.

조 위원장은 “동양그룹 사태 당시 산은 앞에서 할머니가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며 “외부요인에 따라 산은이 흔들리면 동양그룹 사태 같은 비극이 재발할 수도 있는데 부디 국가적 영향을 고려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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