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호 금융노조 금융정책본부 부위원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시절 부산을 방문할 때마다 산업은행을 서울 여의도에서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했다. “부산을 세계적 해양도시, 무역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지역 정계는 기대감을 표하며 “금융 허브”를 연호한다. 금융전문가·노동자들 생각은 정치권과 다르다. 네트워크가 무너지고 종국에는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산업은행이 소멸하고 경제는 활력을 잃을 거라고 경고한다. 그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뭘까.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발언에 대한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마도 원인은 산업은행 본점 이전을 무리하게 지역균형발전과 엮으려는 논리적 빈약함, 그리고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금융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부산뿐만 아니라 지역에 필요한 것은 아마 ‘은행 본점’이 아닌 ‘자금’일 것이다. 예컨대 부산 문현 금융단지의 큰 공터를 채워 줄 ‘산업은행 본점 건물’이 아니라 ‘지역의 경제주체들과 함께 성장하는 금융’ 말이다.

사실 부산에는 해양·파생금융에 특화된 제2의 금융중심지로 지정되면서 이미 많은 국책금융기관들의 본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 직원들로 구성된 해양금융센터가 조선·해양산업 관련 금융지원을 전담하고 있고, 산업은행은 이미 부산·경남지역의 많은 기업에 7조원가량의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 산업은행 본점이 ‘물리적’으로 이전한다 하더라도 부산지역 경제에 얼마나 추가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융노조는 그간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하나의 방안으로 지방은행 육성을 이야기해 왔다. 금융위에서 최근 실시한 은행 지역재투자 평가 결과 지방은행들이 해당 지역에서 모두 최우수 등급을 받은 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지방은행은 지역밀착형 관계금융을 통해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은행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방은행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금고업무마저 시중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제는 핀테크 기업에 의한 지역자금 유출까지 걱정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육성 정책은 고사하고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을 시중은행(45%)보다 높은 60%로 차등하고 있다. 인센티브는커녕 의무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실물경제와 금융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 본점 지방이전이 아니라 그 지역에 자리한 ‘지방은행 육성 및 공적기능 강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은행을 위해 차기 정부와 하반기 21대 국회에서는 지방은행을 육성하기 위한 획기적인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앞서 언급한 한국은행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 차등에 따른 문제점 해소, 지역공기업·이전공공기관 등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은행 간의 상생방안 마련 등 정부와 국회의 관심만 있으면 당장 실행할 방안이 많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산업은행 역시 8조원에 이르는 온렌딩(간접금융) 자금을 지방은행에 우선 배정하고, 지방은행이 없는 지역은 은행 신설이 힘들 경우 지역개발기금을 설치해 지원하는 방안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해답이 무엇일까를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지역 정치권에서 항상 논란을 삼는 국책은행 지방이전, 어떻게 보면 특정 지역에 특정 기관을 옮겨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특정지역에 대한 편파적인 조치로 보이기도 한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지역자금이 역내에서 운용되고, 그 자금이 다시 지역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조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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