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수년째 대표이사와의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금융안전㈜ 노동자들이 지난해 7월1일 국회 앞에 천막을 설치한 뒤 26일이면 꼭 300일을 맞는다. 노동자들은 현 대표 취임 이후 내리 3년간 경영악화는 물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금융권 문서송달과 현금수송 업무가 부실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쉽게 말해 사고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매일노동뉴스>는 25일 오후 천막농성 중인 이동훈(50·사진) 금융노조 한국금융안전지부 위원장을 만나 그간의 사정을 들어봤다.

“적자 빌미 유상증자, 배경은 과반 지분 확보 목적”

- 수년째 갈등을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유상증자로 노사가 대립했다. 어떤 이유인가.
“지난해 김석 한국금융안전 대표가 적자를 빌미로 20억원 유상증자안을 이사회에 제출해 통과시켰다. 절차상 하자가 많았고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무산했다. 그 이후에도 경영진은 지속해서 유상증자안을 이사회에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의결절차를 밟아 가부를 결정하면 되는데 은행쪽 이사들이 반대하면 접었다가 다음 이사회에 다시 제출하고 하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 최근 경영이 어려운 것으로 아는데 유상증자에 반대하는 이유는.
“연임을 위한 노림수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문서송달·현금수송·자동화기기 업무를 하는 한국금융안전은 시중은행이 협력해 설립한 회사다. 금융업무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현 대표가 은행들 합병 과정에서 지분을 매입해 37.05%를 갖고 있다. 정확히는 현 대표가 소유한 다른 회사가 지분을 갖고 있다. 만약 유상증자를 하면 현재 주주로 참여하는 은행 네 곳은 은행법상 의결권 지분 15% 이상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해 매입이 불가능하다. 결국 현 대표 소유 회사가 50% 넘는 지분을 챙긴다. 그러면 현 대표가 셀프 연임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경영의 어려움도 크지만 지난 3년간의 회사 경영 경험을 보면 연임저지가 불가피하다.”

- 연임에 반대하는 이유는.
“경영 실패를 첫손에 꼽을 수 있다. 현 대표 취임 이후 회사가 급격히 어려워졌다. 업황이 어려우니 경영이 난조를 겪을 수 있다고 치자. 그에 대한 대응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현재 현금수송업은 은행이 저가수수료 기조를 견지하면서 현실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그 단가가 안 맞는다고 매출을 발생시키는 은행들과 수송계약을 포기하는 게 말이 되나. 지난해 매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시중은행과의 계약을 무위로 돌렸고, 지난 2월에도 한 국책은행과의 계약을 무산시켰다. 정상적인 경영진이라면 어떻게든 계약은 유지하면서 매출을 지키고 수익을 키워야 할 것 아닌가. 정반대다. 그러면서 노동자 인건비를 줄이고 아예 정규직이 아닌 단기 비정규직을 늘려 업무에 투입한다. 정규직보다 당연히 비정규직 인건비가 싸니까 인건비 절감을 위해 질을 포기하는 거다. 이런 식의 경영을 3년간 지속하고 있다. 어떻게 신뢰하고 받아들일 수 있겠나.”

임금체불·노동시간 위반 쟁송에 비정규직 확산 우려

- 쟁송도 많았던 것으로 안다.
“노동시간과 임금체불 때문이다. 현 대표 이전 노사가 합의해 연장근로 2.7시간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기본급은 올리지 않고 수당을 붙이는 관행으로 보면 된다. 근데 현 대표가 취임한 뒤 ‘일을 안 했는데 무슨 돈을 가져가느냐’며 이걸 아예 없애고 지급했다. 경영자니까 그렇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엄연히 노사가 합의한 사항이다. 삭제를 해도 노사가 합의하고 삭제해야 한다. 단체협약 위반이고, 임금체불이다. 이 건으로 현재 민사소송을 내 다투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일 안 한 시간은 돈을 줄 수 없다더니 되레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제를 어겨 초과근무를 시킨 사실이 지부 조사로 드러났다. 이건 근로기준법 위반 아니냐. 그래서 이미 벌금형을 받았다.”

- 비정규직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기간제 노동자를 대거 쓰는 것으로 안다. 현금수송 업무를 예로 들면 원래 조장 1명에 조원 2명이 함께 움직이도록 돼 있다. 그런데 원래 정규직이던 조원 2명이 지금은 기간제 노동자다. 당연히 인건비는 감소하지만 말 그대로 금융안전은 소홀해진다. 기간제 노동자도 제대로 장기간 고용하는 것도 아니다. 몇 개월 단위로 쪼개서 한다. 1년 일하면 퇴직금을 줘야 하니까 그렇다. 정확한 조사는 아직 다 못 했지만 제보에 따르면 인천지역 업무에는 비정규직을 상당히 많이 쓰는 것으로 안다. 경영은 적자에 시달리면서 노동자 인건비는 줄이고, 비정규직만 확산하는 경영진을 재신임할 이유가 있나?”

“주주은행 나서지 않으면 노동자 파업 내몰린다”

- 이 국면에서 시중은행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데.
“주주로서 경영진 교체에 역할을 해야 한다. 현 대표 임기는 7월까지다. 3월 정기주주총회는 지나갔지만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을 열 수밖에 없다. 주주은행으로서 연임 저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주주은행이 방관하는 사이 1천명에 달하는 한국금융안전 노동자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금융안전 업무가 무뎌지면 사고 피해는 고스란히 은행에 부담으로 간다. 적절한 주주권 행사를 강하게 촉구한다. 주주은행들이 적극적으로 경영진 교체를 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은 벼랑 끝 파업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 천막농성은 300일이지만 경영진과의 갈등은 수년째다. 조합원들에게 당부할 말은.
“끝까지 같이 버텨 주길 바란다. 이탈이 있는 게 사실이다. 회사와 갈등이나 각종 회유가 많았을 것이다. 우리가 나가면 현 대표가 회사를 사유화해 지금보다 더할 것이다. 지금까지 일군 회사를 이런 이유로 나가기엔 억울하다. 포기하지 않고 노조를 믿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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