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총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기업 인식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민주노총은 “기업 설문조사를 동원해 법을 무력화하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경총은 19일 국내 기업 367개사를 대상으로 ‘기업 안전관리 실태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 기업 81.2%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중복응답)로 “법률이 모호하고 불명확해 현장 혼란만 가중된다”(66.8%)거나 “기업과 경영자가 노력해도 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54.7%)를 꼽은 기업이 많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바람직한 개정 방향 관련해 기업 94%가 “경영책임자의 의무 내용과 책임 범위 구체화”를 꼽았다. 적정한 법 개정 시기에 대해서는 36.2%가 “1년 이내”, 31.9%가 “즉시”라고 답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법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며 “(경총이) 기업 입장만 조사해서 발표함으로써 여론을 호도하고 악의적 프레임을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가 지난 1월 공개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 응답자 77.6%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재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산업재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답은 90.8%였다.

민주노총은 “사용자가 (법 개정 이유로) 제기하는 모호성이 더 모호하다”며 “심지어 중대재해 발생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중대재해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인식으로는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만들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총 조사에서 응답 기업 70.6%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전과 비교해 안전 관련 예산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안전 관련 예산 증가액은 제시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실제 금액은 공개하지 않고 비율만 제시하면서 ‘기업은 잘하고 있다’고 호도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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