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참 힘이 세지. 온라인 추모관에 누군가 남긴 문장이 노란색 현수막으로 걸렸다. 일찍 피고 진 벚꽃잎 바닥에 뒹구는 길 따라 사람들이 어김없이 모였다. 참담한 기억을 끄집어내 곱씹었다. 여태 모르는 진실을 다시 물었다. 울었다. 눈물은 참 힘이 세지. 온몸으로 꾹꾹 눌러 참아 봐도 기어코 꺽꺽 하고 터져 나오는 것이다. 쭈글쭈글 주름 많은 손이 또 힘이 세지. 제 눈물 싹 훔치고 옆자리 우는 사람 어깨를 도닥이고, 등을 쓰다듬고, 서로의 손을 어루만지다 보면 막 쏟아지던 눈물도 금새 그치는 것이다. 퉁퉁 부은 눈에 웃음 번지는 것이다. 엄마 아빠들은 참 힘이 세지. 8년의 세월은 기억을 흩트릴 만큼이었는데, 꿈쩍도 않고 그 자릴 지키는 것이다. 머물지 말자며 한 발 또 내딛는 것이다. 한 나라의 국무총리와 장관, 또 여야 정치권의 대표와 국회의원까지 그 자리 모인 사람들은 참 힘이 세지. 그러나 8년 동안 무얼 했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는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언제나처럼 많이 울던 영석 엄마를, 용균 엄마가 안았다. 팔과 등과 손과 뺨을 두루 부벼 오래도록 가까웠다. 눈물 많이 닦은 것인데, 괜찮겠냐고, 자기 하던 노란색 스카프를 풀어 목에 둘러 주면서 영석 엄마가 물었다. 용균 엄마가 울면서 웃었다. 공감은, 또 연대는 무척 힘이 세지. 무너지지 않고 버틸 힘이었다고 지쳐 힘없는 사람들이 모두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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