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을 피하려 노력했는데 이제는 코로나19 확진자끼리 모이면 비확진자를 꺼려요. 방역조치가 사실상 해제돼 코로나19에 감염돼 아파도 쉴 수 없습니다. 격리의무마저 해제하면 몸이 아파도 출근하거나 내 연차를 사용해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겠죠.”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는 30대 차아무개(35)씨의 말이다. 정부는 18일부터 인원제한과 영업시간 제한을 뼈대로 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전면 해제한다. 실외 마스크 의무조치는 2주간 방역 상황을 지켜본 뒤 지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25일 코로나19 법정 감염병 등급을 1급에서 2급으로 낮춘다. 이후 4주간 이행기를 거친 뒤 코로나19 확진자 격리의무를 해제한다.

단계적 일상회복에 시동을 거는 조치지만 지금까지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감염병을 예방해 온 비확진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한다. 특히 아파도 쉴 수 없다는 대목이 문제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초기 상병휴가와 상병수당 제도 도입을 공언했지만 이행이 더딘 탓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과 함께 법정병가 제도와 상병수당 제도가 둘 다 없는 나라다.

그나마 상병수당은 첫발을 뗐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7월부터 서울 종로구와 경기도 부천시를 비롯해 충남 천안·전남 순천·경북 포항·경남 창원에서 상병수담 시범사업을 3년간 실시한다. 이후 시범사업이 종료하는 2025년 전면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상병수당 제도를 명시하고 있어 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법정병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일단 상병수당과 달리 법률적 근거가 미약해 개별 기업 취업규칙에 기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아프면 쉴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한 휴가제도 개편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지난 10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민간·공공 2천500곳 사업장 가운데 병가제도를 운용하는 곳은 21.4%에 그쳤다. 사업장 규모에 따른 편차가 컸다. 노동법 사각지대인 5명 미만 사업장은 12.9%로 도입률이 반토막이다. 이와 달리 1천명 이상 사업장은 96.7%가, 30~99명 사업장은 69.3%가, 300~999명 사업장은 67.7%가 도입했다. 격리의무 해제 이후에는 회사의 규모에 따라 코로나19 치료와 회복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