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공동행동 소속 단체 회원들이 14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한 정부조직 개편을 새 정부 출범 뒤로 미룬 가운데,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여성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친절·미소 강요받는 여성 서비스노동자들
“더 강력한 성평등 전담부처 필요”

서비스연맹은 14일 오전 서울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에겐 여성가족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서비스노동자 1천명 선언문을 발표했다. 연맹에 따르면 조합원 11만명 가운데 70%가 여성노동자다.

연맹은 선언문에서 “친절과 미소를 강요받는 여성 서비스노동자들은 성희롱·성추행에 시달리며 안전하지 못한 일터에서 일한다”며 “그간 여가부가 적은 예산과 권한으로 본래 설립 취지에 못 미치게 운영됐다고 하더라도 성차별 해소와 성평등 국가 실현을 위한 정부 부처의 존재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별이나 성적 지향으로 차별받지 않고 괴롭힘과 폭력에 노출되지 않도록 더 강력한 성평등 전담부처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일로 여겨지는 대표적 서비스 직종인 요양보호사들은 사회에서 돌봄노동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로 저평가돼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지현 요양서비스노조 사무처장은 “여성이 집에서 하는 일로 여기고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채 무료노동과 봉사정신을 강요해 왔다”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필수노동으로서 ‘돌봄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넓어졌지만 여전히 요양보호사들은 폭언·폭행에 쉽게 노출되고 제도적 보호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신·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고, 이후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은 구조적 성차별이 명백히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다운 마트산업노조 서울본부 교선국장은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중장년층 여성 비정규직으로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윤석열 당선자는 여가부 폐지가 아니라 독박육아와 경력단절, 비정규 노동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부터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0여개 여성·시민단체 모여
“여가부 폐지 공약 저지할 것”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50여개 여성·시민단체는 ‘여가부 폐지 저지 공동행동’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윤석열 당선자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10일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여성은 김현숙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유일했다”며 “스스로 ‘구조적 성차별이 있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예지 한국YWCA 청년이사는 “여가부를 폐지하는 것은 여성이라는 명칭을 가진 부처를 해체함으로써 여성이 가진 주체성을 박탈하겠다는 뜻으로 보여진다”며 “여가부는 기존의 역할을 넘어 여성과 성평등 의제에 초점을 맞추도록 기능을 강화하고 가족중심에서 성평등과 여성권익 증진을 위한 부처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행동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는 시점까지 여가부 폐지 공약 철회를 촉구하며 인수위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서울 서대문구 주민들로 구성된 ‘여가부 폐지에 항의하는 서대문구 사람들’도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 철회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여가부는 기존 다른 부처들이 해 오지 않던 방식으로 위기 청소년·독거노인·저소득층·성범죄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지원정책을 펼쳐 온 부처”라며 “이러한 여가부에 대한 곡해와 비난은 결국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더 위험하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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