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조 변호사(법무법인 매헌)

대상판결 :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다302155 등 판결

1. 사실관계

피고 코웨이 주식회사(이하 ‘피고’ 또는 ‘코웨이’)는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연수기 등 생활가전제품을 제조해 판매 또는 렌털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회사다. 피고는 ‘CS닥터’라는 서비스 기사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CS닥터들과 생활가전제품의 실치, 이전설치, 해체서비스, 수리서비스 및 반환 업무 등을 위임받아 수행하는 내용의 위임계약을 체결했다. 피고는 전국적으로 8개의 서비스센터와 약 58개의 서비스지점에 센터장 또는 지점장·책임조장·조장닥터 및 일반닥터로 구성된 조직을 통해 설치·AS를 수행하도록 했다. CS닥터들은 업무수행 건 별로 정해진 수수료를 월 단위로 지급받았다. 피고 코웨이를 퇴직한 CS닥터들(이하 ‘원고’ 또는 ‘CS닥터’)은 코웨이와의 위임계약은 형식적일 뿐, 그 실질은 임금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계약 관계이었다고 주장하며 퇴직금 및 미지급 법정수당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피고 코웨이는 CS닥터들이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은 채 자신들의 계산으로 독립적으로 위임계약에 따른 용역을 수행하고 그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받은 개인사업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설령 근로자라 하더라도 CS닥터의 수수료는 통상임금성이 부정되고 월급제 임금으로서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어, 주휴수당 및 미지급 연차휴가수당 등의 법정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 해당 판결의 경과

이 사건 판결의 1심(서울중앙지법 2016가합524734 등)에서 원고들은 원고들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하고 퇴직금을 청구하는 한편, 문서제출명령을 통해 원고들이 피고 코웨이의 전산에 등록한 업무기록을 피고 코웨이로부터 제출받아 이를 근거로 원고들의 임금산정기간인 월별 총근로시간을 산출해 통상임금을 산정하는 방법으로 주휴수당 및 미지급 연차휴가수당의 법정수당을 청구했다. 피고 코웨이는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한편, CS닥터들의 수수료가 월급제이므로 수수료에 주휴수당이 이미 포함되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위임업무의 수행과정, 업무처리 결과 보고 및 감독, 근무시간 및 휴일근무, 담당구역의 결정 및 업무의 이관, CS닥터들을 상대로 한 교육·평가 등 항목별 사실인정을 바탕으로 CS닥터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지위에서 피고 코웨이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원고들의 수수료가 월급제가 아니라고 판단해 CS닥터들의 퇴직금 청구 및 주휴수당 등 법정수당 청구를 인용했다.

1심 판결에도 피고 코웨이는 CS닥터들의 근로자 지위를 부정함은 물론, 근로자 지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CS닥터들이 수행한 설치·AS 건수에 따른 수수료가 통상임금의 성질인 고정성 및 사전확정성이 없으며, 수수료에 주휴수당이 이미 포함돼 있다고 재차 주장하며 법정수당 청구권을 부인하는 내용으로 항소를 제기했다.

한편 피고 코웨이는 항소심에 이르러 1심에서 제출했던 원고들의 업무기록 전산 데이터는 CS닥터들이 임의로 입력이 가능해 실제 근로시간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원고들은 예비적으로 피고의 업무배정시스템에 따른 업무배정 가능시간(예: 평일의 경우 1일 11시간30분)을 근로시간으로 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법정수당 계산안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서울고법2019나2031229 등) 재판부는 1심 판결이 설시한 근로자성 인정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CS닥터들이 설치·AS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받는 임금형태는 이른바 도급제로 근로제공을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도급근로자의 수수료에 대해 실적에 따른 도급금액 산정방식이 도급계약 등에 미리 정해져 있는 경우 사전확정성이 인정되고 근로기준법 및 시행령에 근거 규정이 존재하는 점 등에 비춰 원고들의 건별 수수료에는 통상임금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총 근로시간’의 산정에 대해서는 CS닥터들의 업무 입력이 일부 부정확했다는 이유를 들어 업무수행시 전산에 입력한 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실제 근로시간을 인정한 1심 판결과 달리, 원고들이 예비적으로 제출한 피고의 업무배정 프로세스상 CS닥터들에 대한 ‘업무배정 가능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총 근로시간’을 인정했다.

주휴수당 인정여부에 대해서도, CS닥터들이 지급받은 수수료는 업무수행 건별로 책정된 수수료를 월 단위로 지급한 것에 불과해 월급제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업무실적에 따른 수수료에 유급휴일에 대한 임금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피고 코웨이에게 위 통상임금 산정에 따른 주휴수당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피고 코웨이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이유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며 심리불속행 상고기각했다.

3. 위 판결의 법리적 쟁점 및 의미

가. 도급제 임금의 통상임금성에 관하여

피고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수수료가 노무 제공 그 자체가 아니라, 업적 또는 성과에 연동해 지급한 임금으로서 고정성 또는 사전확정성이 부정돼 통상임금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했다.

통상임금의 고정성은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해 그 업적·성과 기타의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확정돼 있는 성질’을 말한다.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은 ‘근무일수에 연동하는 임금’에 대해 “매 근무일마다 일정액의 임금을 지급하기로 정함으로써 근무일수에 따라 일할 계산해 임금이 지급되는 경우에는 실제 근무일수에 따라 그 지급액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에 대해 일정액을 지급받을 것이 확정돼 있으므로, 이러한 임금은 고정적 임금에 해당한다”며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완화해 해석한 바 있다.

CS닥터들의 경우, 피고 회사가 사전에 정한 건별로 수수료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개별적 업무에 착수할 때에는 수수료 규정에 의해 그 지급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건별 수수료를 합산해 월 단위로 수수료를 지급함에 따라 임금이 변동되는 것처럼 보이나, 이는 피고가 임의로 정한 날에 합산해 수수료를 지급하기 때문에 임금이 변동되는 것으로 착시를 일으키는 것뿐이다.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판시한 ‘근무일수에 연동하는 임금’과 CS닥터들의 임금인 ‘건별 업무에 연동하는 임금’은 연동이 되는 지급 기준(근무 일수 또는 건별 업무)에 차이가 있을 뿐,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에 대해 일정액을 지급받을 것이 사전에 확정돼 있는 점에서 다를 것이 없다.

이와 같은 법리에 의할 때, 임금의 고정성 또는 사전확정성이 부정되는 것은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의 질 또는 양에 따라 사전에 확정적으로 지급되기로 한 임금이 아닌, 근로 자체의 양과 질을 초과해 사용자의 의사 또는 별도의 약정에 따라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지급되는 임금에 한정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성과급, 승무원의 이착륙 횟수, 버스운전기사의 운행 거리, 자동차 판매 영업사원의 초과 영업일수에 대응해 지급한 임금이 그렇다.

다만 도급제 근로의 경우 사용자가 정한 임금산정 기간에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양이 달라 임금산정 기간에 대응하는 임금총액이 변경된다. 따라서 실제 ‘총 근로시간’으로 통상임금을 산정하도록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1항 및 2조6호가 규정한 것이다. 도급제 임금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하는 견해는 시행령과 대법원 판례에서 언급한 통상임금 산정에 있어 ‘총 근로’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하고 있으며, 성과급과 도급제 임금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나. 주휴수당이 포함되는 월급제 임금에 해당되는지 여부

피고는 주휴수당이 포함돼 지급되는 것으로 보는 ‘월급제’는 ‘시급제’ 또는 ‘일급제’와 구분되는 개념으로서, 임금의 지급기가 월 단위이면 월급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이 월 단위로 지급받은 수수료는 월급으로서 주휴수당이 이미 포함돼 지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CS닥터들은 피고가 정한 업무 건별 수수료를 수행한 업무 건수에 따라 지급받은 것에 불과하므로, CS닥터들이 월 단위로 수수료를 지급받았다고 해 “월의 근로일수나 근로시간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월 단위로 일정한 임금으로 산정해 지급되는 월급제”(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다32514 판결 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이 월급제 임금에서 유급휴일에 대한 임금이 포함돼 있다고 본 이유는, 월급은 근로자의 근로일수나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고정적인 월 임금이 지급되는 점에서 통상 주휴수당이 포함돼 포괄적으로 책정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실적에 따라 건별 수수료를 지급받는 형태의 도급임금은 지급 주기가 월 단위라고 해서 월급제가 될 수 없는 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휴수당은 별도로 지급돼야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판결에 대한 평가

이 판결은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을 위한 ‘총 근로시간’의 입증에 있어 다소 유연한 입장을 취했고, 업무 실적에 따라 지급받은 도급제 임금도 통상임금성을 가지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로써 주로 도급제 임금을 지급받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퇴직금 외에 법정수당도 청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또한 특수고용직이 업무 건별로 지급받은 수수료를 월 단위로 지급받았더라도 월급이 아니며, 이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휴수당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지급받아야 함을 명확히 했다.

이 판결은 비록 심리불속행 판결이기는 하나, 도급제 근로자에 대해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을 통한 법정수당을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 보인다. 앞으로 특수고용 노동자의 권익 향상은 물론, 도급제 임금에서의 통상임금 법리 연구에 기여한 판결로 평가된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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