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법률원 부설 노동자권리연구소가 배달플랫폼 글로보(glovo)의 배송원을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로 인정한 2020년 9월 스페인 대법원 판결문 전문과 평석을 담은 이슈페이퍼를 3일 발행했다.

스페인 대법원은 당시 글로보와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한 배송원이 몸이 아파서 배정된 작업을 수행할 수 없다고 통지한 뒤로 작업을 배정받지 못한 것은 차별적·묵시적 해고에 해당한다며 해고보상금을 청구한 소송에서 글로보와 배송원 간 관계를 고용관계로 인정했다.

글로보는 고객의 주문이 가장 몰리는 시간대에 업무 실적이 낮거나 배정된 업무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배송원을 평가하는 점수체계를 운용했다. 스페인 대법원은 배송원이 자신이 일하고 싶은 근무시간대를 선택하고 업무 의뢰를 거절할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글로보의 평가체계와 일감배정 방식으로 인해 이 같은 자유는 실질적으로 제한됐다고 판단했다.

스페인 대법원은 GPS를 통해 글로보가 배송원의 업무 수행을 통제할 수 있었던 점을 비롯해 △배송원의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시간 한도와 고객응대 방식 등을 앱을 통해 지시한 점 △글로보와 배송원이 체결한 계약서에 글로보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13가지 사유를 명시한 점 △배송사업 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글로보만 보유하고 있었던 점을 고용관계를 인정하는 데 유리한 지표로 판단했다. 아울러 △고객이 서비스에 대해 지불하는 요금과 배송원이 받는 보수액, 보수를 받는 방식을 글로보가 결정한 점 △글로보와 거래하는 기업·매장 간 계약이나 고객과의 계약에 배송원이 전혀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점도 고용관계의 판단기준에 부합한다고 봤다.

해당 판결은 배송원에게 가해지는 통제의 모습에 주목해 고용관계의 존재를 인정했다. 판결문 번역과 평석을 맡은 노호창 호서대 교수(법경찰행정학)는 “앱에 의한 실적평가와 고객평가를 통해 더 나은 평가를 받는 배송원에게 더 많은 일의 기회가 주어진다”며 “배송원이 업무시간에 대한 선택권을 가진다고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통제된 선택권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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