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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정부는 지난 22일 국제노동기구(ILO) 138호 ‘최저 연령 협약’에 대한 비준서를 ILO 사무국에 기탁했다. 가장 기초적인 노동기준을 명시한 기본협약 8개 중 하나로 1973년 채택된 138호 ‘최저 연령 협약’은 아동노동의 점진적인 철폐를 보장하고 고용관계를 맺거나 직업에 종사할 수 있는 노동자의 최저 연령을 정해 놓고 있다. 물론 부담이 적은 일이나 예술활동은 아동노동에서 제외된다. 2015년 ILO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에서 5~14세 어린이 470만명이 일을 하고 있으며 “최악 형태의 아동노동”에 시달리는 어린이와 청소년도 120만명에 달했다.

이번 비준으로 방글라데시 정부는 138호 협약에 대한 174번째 비준국이 됐다. 기본협약 8개 중 하나로 138호 ‘최저 연령 협약’과 짝을 이루는 182호 ‘최악 형태의 아동노동 협약’은 방글라데시 정부가 2001년 비준한 바 있다.

방글라데시 노동고용부 장관인 몬누잔 수피안은 “1972년 6월2일 단 하루에 방글라데시 정부는 기본협약 5개를 포함해 모두 29개 협약을 비준했다. 오늘 ‘최저 연령 협약’을 비준함으로써 방글라데시는 모든 기본협약을 비준하게 됐다. 이는 국제노동기준에 대한 우리의 성실한 약속을 확실하게 보여준다”고 138호 협약 비준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비준을 위해 방글라데시 정부는 어린이의 취업을 금지하는 위험한 일의 유형을 38개에서 43개로 늘렸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일이나 고용을 위한 최저 연령을 정하는 협약 138호를 비준한 회원국 대열에 방글라데시가 합류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이는 일터의 기본권리를 완전하게 존중하겠다는 방글라데시 정부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6월 ILO와 국제연합아동기구(UNICEF)는 ‘아동노동: 2020년 글로벌 추계, 동향과 나아갈 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2020년 아동노동의 총수가 1억6천만명까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5~17세 연령대 아동과 청소년의 9.6%에 달하는 규모로 소년의 11.2%(9천700만명), 소녀의 7.8%(6천300만명)를 차지한다.

5~17세 사이 아동노동을 일의 형태로 나눠 보면 사용자에 고용돼 있는 비중은 17.3%에 불과했다. 대다수인 72.1%는 가족의 일을 돕고 있었으며, 10.7%는 자영노동자로 분류됐다. 산업별로 분류해 보면 아동노동의 70%(1억1천200만명)가 농업에, 20%(3천140만명)가 서비스업에, 10%(1천650만명)가 공업에 종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아동노동이 840만명 늘었다. 2016~2020년 사이에 일어난 아동노동 증가 추세로 지난 20년 동안 전진해 왔던 아동노동 종식을 위한 노력이 후퇴하고 있다고 ILO는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가난한 개발도상국에 경제적 타격을 가하고 있는 코로나19 전염병에 국제 사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2020년 말 1억6천만명이었던 아동노동 총수가 2022년 말에는 1억6천890만명으로 900만명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고 ILO는 경고한 바 있다.

ILO는 아동노동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어린이와 그 가족을 위한 사회 보호를 확대해 빈곤과 경제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취업할 수 있는 최저 연령까지 양질의 학교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신생아 등록을 의무화해 모든 어린이들이 법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청소년과 성인 노동자에게 공정한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빈곤 때문에 생기는 아동노동을 근절해야 하며 △특히 농촌 지역을 위한 기반시설 확충과 농작물 다양화를 통해 농촌 주민들의 생계를 개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138호 ‘최저 연령 협약’의 비준으로 방글라데시 정부가 지금까지 비준한 ILO 협약은 모두 36개(기본협약 8개, 우선협약 2개, 기술협약 26개)로 늘어나게 된다.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한 ILO 협약은 방글라데시에 4개 모자란 32개(기본협약 7개, 우선협약 3개, 기술협약 22개)에 불과하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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