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개발업체 프로그래머로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포괄임금제라는 명목하에 야근수당이나 주말 특근수당 같은 금전적 보상을 하나도 받지 못하고 있다. 평일은 대부분 밤 10시가 넘는 시간까지 일했고 퇴근한 뒤에도 대표가 항상 전화로 업무를 지시했다. 새벽 2~3시가 넘은 시간에도 잠을 깨워 업무를 지시했고, 이로 인해 건강이 매우 나빠졌다.”

직장갑질119는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노동시간 유연화 공약을 철회해야 한다”며 이 같은 내용의 제보를 공개했다. 직장갑질119가 올해 1~2월 접수한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366건 중 임금·노동시간 관련 제보는 108건(29.5%)이었다. 직장갑질119는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거나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위반해 장시간 노동을 강요했다는 제보가 많이 접수됐다”며 “특히 IT업체에서 연장·야간·휴일근무를 강요하고, 포괄임금제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한 직장인은 “대표와 이사가 야간이나 주말에도 급하지 않은 용무의 업무 카톡을 보내고, 바로 확인하지 않으면 ‘또 자냐’거나 ‘또 카톡 안 읽냐’며 비난한다”고 제보했다. 이 제보자는 “정신과에서 우울증·공황장애·불안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받고 있다”며 “IT 회사 업무 특성상 갑작스러운 장애·기술 지원으로 야근과 주말근무를 수행했음에도 주말근무 수당이나 대체휴무는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윤석열 당선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1년으로 확대 △연간 단위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연장근로시간 특례업종 확대를 공약했다. 직장갑질119는 공약이 현실화하면 대한민국은 최악의 ‘야근공화국’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금도 악덕 사용자들이 일을 몰아 밤샘 작업을 시키고, 연말에 휴가를 주면서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있다”며 “윤석열식 근로시간 유연화가 실현되면 대한민국은 세계 최장 노동 국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직장갑질119는 윤 당선자가 노동시간 유연화가 아니라 포괄임금제 철폐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공인노무사는 “여전히 불법 연장근로와 공짜노동 강요가 판을 치는 현실에서 주 52시간 상한제가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며 “새 정부의 노동시간 정책은 주 52시간 상한제 폐지나 완화가 아니라 장시간 불법노동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포괄임금제 폐지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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