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사무금융연맹이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2022년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어 연맹 해산을 결의하고 산별노조인 사무금융노조로 조직을 승계하기로 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증권과 보험을 비롯한 2금융권 노동자가 구성한 연맹은 올해까지 36년의 역사를 썼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4일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실에서 이재진(53·사진) 노조·연맹 위원장을 만나 산별 전환의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를 들었다.

규제산업 금융업, 산별노조로 대정부 교섭 강화

- 오랜 기간 산별 전환을 추진했다.
“그렇다.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 산별로 전환하면 기업별노조로 분산된 권한과 책임, 재정, 인력, 사업계획 등을 산별중앙으로 결집할 수 있고 투쟁력도 강화하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정책역량 강화 기대감이 크다. 금융권은 규제산업이라 정부정책 대응이 중요한 데다 최근 IT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활발한 상황이다. 노조가 정책적 문제를 놓고 정부와 직접 대화하는 자리의 중요성이 더 커진 상황인데, 이런 부분에서 결집한 산별의 조직력과 정책적 대응 역량이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증가한 특수고용직을 비롯한 비정규 노동자를 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 노조가 지원해서 보험설계사지부를 설립했고, 지회를 만들어 보험업계 최초의 보험설계사 교섭도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업장 집단감염을 겪은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의 사내하청 노동자도 조직했다. 이렇게 노조를 만들기 어렵거나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을 조직하고 노동권을 지키는 것은 산별노조가 더 잘 할 수 있다.”

- 사무금융노조가 설립한 지 10년이 됐다. 성과를 추려 본다면.
“금융당국과 직접 대화 자리를 연 것이 근래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다. 2020년 5월부터 노사정협의체를 만들었고 디지털 금융혁신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현재 IT기업들이 대거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에만 강한 규제를 실시하고 있어 규제차익이 발생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런 문제를 짚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을 금융당국과 직접 논의를 통해 할 수 있다. 최근 카드 수수료 문제도 노사정협의체에서 성과를 냈다. 카드사가 수수료 수익에서 적자를 내고 있는 실태를 금융당국에 직접 전달하고 문제제기를 하면서 최근 재산정 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까지 이뤄 냈다. TF도 처음에는 노동자를 빼고 열었다가 노사정협의체에서 강하게 요구해 2차 회의부터는 노조도 참여한다. 이런 성과들이 산별로 직접 정부와 대화하면서 이룬 것이다.”

- 연맹에 아직 50여개 조직이 남아 있다. 앞으로 전환 과정은.
“51개 사업장이 미전환한 상태다. 이들 조직을 연말까지 노조로 전환하기 위해 산별전환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연맹과 노조에 둘 다 설치했다. 연맹의 산별전환특위는 소통 창구로서 미전환 조직의 목소리를 듣고 노조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전환하지 못한 조직의 고충과 산별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 평가 같은 것도 해소하고 산별 전환을 하기 위해서다. 노조에 설치한 산별전환특위는 이런 고충들을 토대로 51개 조직을 다 끌어안을 수 있는 규약이나 조직 체계를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노조의 10년 활동을 평가하고 부족했던 부분과 보강할 부분을 채워 넣게 된다. 규약을 개정하는 실질적 작업도 할 계획이다. 두 산별전환특위가 제대로 작동해야 51개 조직도 큰 마찰 없이 연착륙할 수 있다. 매우 중요하다.”

- 연말까지 10개월여 남았다. 목표가 있다면.
“크게는 조직을 강화하고 정부의 산업정책에 노동자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다. 노동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노조로 품고, 자본친화적으로 흐르는 정부정책에 개입해야 한다. 사실 이번 대선 결과로 꽤 우려가 된다. 종합부동산세와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같은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을 내면서 동시에 노조를 극단적인 이익집단으로 몰아가지 않나. 이런 방향성 때문에 산업정책에 대해 혼선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국면에서 노조가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산업정책에 대한 정부와의 교섭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간 유연화’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후퇴 우려

- 정권교체로 금융권 노사정 대화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나.
“지난 2년간 해 온 대화를 정권이 바뀌었다고 곧장 단절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금융위원회도 노조와 소통창구를 만들고 나서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전 의견수렴도 하고 경영진보다 노조가 더 허심탄회하게 현장 목소리를 전달한다. 이런 긍정적인 대목이 많은데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대화를 단절하고 나서긴 어려울 것이다.”

- 현안 이야기를 해 보자. 금융권 환경 변화가 빠른데 노조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정확한 분석부터 내놓아야 한다.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도 점포를 급격히 줄이고 있다. 보험사는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이른바 ‘제판분리’가 가속화하는 흐름이다. 이런 현상이 조합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최근 변화는 지난 50년간의 변화량을 압도할 만큼 빠르고 광범위하다. 이런 상황을 노조도 정확히 알고 대응력을 갖춰야 한다.”

- 정권이 바뀌면서 현안 대응에도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나.
“노동정책에서 후퇴가 예상되지 않나. 우려가 된다. 문재인 정부도 노동정책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더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노동시간의 유연화 압박이 커질 것 같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1~3개월에서 1년 단위로 넓히면 선택근로라는 이름으로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을 초과하는 노동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하면 노동시장에 엄청난 여파가 생길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같은 총연맹을 귀족노조로 부르며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5명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는 게 어떻게 귀족노조운동이 되나. 정부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이 더 확대해야 한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여성·기후위기 품는 노동운동 돼야”

- 노동운동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사무금융서비스 부문은 여성노동자가 가장 많이 종사하는 업종이다. 노조 조사에 따르면 2금융권 사업장 63곳의 여성노동자 비율은 44.3%인데 임원 비율은 6.6%에 그친다. 이게 단편적으로 여성차별 문제를 드러내고 있지 않나. 여성차별이 없다고 말하면 안 된다. 노조 역시 지부장이나 간부들 면면에서 여성비율이 낮다. 마찬가지로 개선 책임을 갖고 있다. 노동운동에서도 아쉬운 게 여성임금차별을 비롯한 여러 차별 해소를 단체협약 요구안으로 만들고도 실제 교섭에서는 가장 먼저 양보하는 대상이 된다는 거다. 이런 관성을 벗고 가장 중요한 요구안으로 끌어올리는 등의 노동운동 내부의 노력이 중요하다. 또 다른 문제는 기후위기다. 기후위기 역시 당장 와닿지 않는다. 2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조항을 단협 요구안에 포함했는데 이 역시 거래의 대상이 되는 사례가 많다. 노동운동이 여성과 기후위기 같은 부분을 더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임금 인상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는 부정적인 평가와 이미지를 깰 수 있다.”

- 위원장 임기도 마지막 해에 접어들었다. 어떻게 임할 것인가.
“1년도 아니다. 한 7개월 남았다. 10월부터는 거의 선거국면이다. 남은 7개월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산별노조 완성이다. 51개 사업장을 포용하고 의견을 담아 올해 안에 전환하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그리고 한화생명지회와 콜센터 조직의 교섭도 매듭지어야 한다. 한화생명지회는 특히 보험업계 최초다 보니 여러 견제가 많다. 극복해 내야 한다. 산별다운 산별을 만들려면 내실화도 필요하다. 기업별노조 관성이 여전히 남아 있고 업종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지역본부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업종과 지역본부 등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촘촘해져야 한다. 지역본부를 살려 역량을 키우면 지역선거 같은 곳에서 대응이 가능하다. 이런 부분들을 강화해 진정한 산별, 진일보한 산별의 모습을 구현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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