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용산 부동산개발은 2006년 첫걸음을 뗐다가 2007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와 맞물리면서 판이 커졌다.

2009년 봄 용산개발 청사진이 공개되자 우리 언론은 온갖 미사여구를 다 동원해 용산개발을 추켜세웠다. 언론은 30조원에 달하는 용산개발 규모를 놓고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라고 칭송했다. 여러 언론이 용산을 ‘서울의 새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 장담했다. 그중 압권은 ‘신라 왕관을 본 땄다’는 표현이었다. 언론은 온갖 수식을 총동원해 신라 금관을 본뜬 마천루 같은 30여개 중심 건물의 화려한 조감도를 소개했다.

머니투데이는 2009년 4월15일 ‘용산역세권 스카이라인 신라왕관 본 땄다’라고 보도했고, 한국경제신문도 같은 날 ‘용산에 665미터짜리 국내 최고 높이 랜드마크 빌딩 들어선다’는 제목으로 최고로 높은 건물임을 주장했다. 서울경제신문도 같은 날 ‘신라 금관 모양 스카이라인 조성’이란 제목으로 건물을 설계한 미국 건축가의 이름까지 곁들였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메인 뉴스에 ‘신라 금관’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세계 최고 높이라는 보도도 여기저기서 나왔지만 거짓이었다. 용산에 들어선다고 했던 665미터짜리 랜드마크 빌딩은 당초보다 45미터를 더 높였지만 두바이에 있는 빌딩보다 낮아 세계 2위였다. 그러나 아무도 시비 걸지 않았다.

2009년 당시 용산개발에 우려를 표명했던 언론은 한겨레신문 정도였다. 한겨레신문은 2009년 4월17일자 12면에 ‘터파기도 안 했는데 휘청이는 용산 초고층’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모두 28조원이 들어가는 거대 프로젝트인 서울시의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처음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건축가 이관용씨는 2011년 9월16일 자신의 트위터에 용산개발을 두고 “정말 그런 괴물 같은 타워가 필요할까요? 이렇게 초고층 타워와 상업시설이 필요합니까?”라고 우려하면서 수요보다 너무 큰 공급 규모를 비판했다.

언론은 불과 석 달 전인 2009년 1월20일 새벽 용산개발구역 내 남일당 건물에서 벌어진 참사로 철거민 6명과 경찰 1명이 숨진 끔찍한 사실조차 아무렇지도 않은 듯 홍보기사를 쏟아냈다. 이 큰 부동산 잔치판에 떡고물처럼 떨어지는 광고라도 챙기려는 듯.

결국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라던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시행사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가 2013년 3월12일 밤 자산담보부기업어음 이자 52억원을 막지 못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져 파산하면서 용산개발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10년을 훌쩍 뛰어넘어 최근 한강변 부동산개발 신기루가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달 3일 한강변 아파트 ‘35층 높이 제한 규제’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오 시장은 그날 ‘2040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을 발표하면서 35층 규제부터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다음날인 3월4일 사회면(10면)에 이를 ‘병풍 같은 한강변 스카이라인, 두바이처럼 바뀐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13년 전엔 ‘신라 금관’을 끌어오더니 이번엔 ‘두바이’로 부동산 흥행몰이에 나섰다.

오 시장은 “용적률은 손대지 않아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는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층수가 올라가면 건축비가 더 드는 만큼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한국일보 3월4일 1면)

아파트 층수를 올리면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기는커녕 더 뛸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서울 아파트 35층 이상 올릴 수 있다’(조선일보 3월4일 1면)고 기사 쓰는 건 집값 폭등 부채질일 뿐이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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