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노동 없는 대선이라고 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이번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서 노동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 노동 없는 대선 운운하더니 선거일이 다가오니 한 표가 아쉬운 여야의 주요 대선후보들도 각종 노동공약을 쏟아 냈던 모양이다. 지난 주말에 울진·삼척과 동해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서 심란하게 TV뉴스를 보고 있는데, 여야 대선후보들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자신을 찍어야 한다고 목이 터져라 연설하는 모습이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7일 출근해 매일노동뉴스를 펼쳐봤더니, “한눈에 보는 대선후보 노동공약”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주요 대선후보의 노동공약을 표로 정리해 비교·분석해 놓고 있었다. 도대체가 어쩔 수 없이 대선이고 노동인가 보다. 별수 없이 살펴볼 수밖에 없겠다. 매일노동뉴스 기사는 일자리, 특수고용직,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비정규직, 노동시간, 임금, 노조할 권리, 사회안전망, 소득보장, 산업재해, 산업전환 등 주요 노동사안별로 후보들이 어떠한 공약을 발표했는지 비교하고 있어서 그 차이를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 어느 대선보다 현재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간 초박빙으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갯속 접전이라는데 이들 후보의 노동공약은 치열해 보이지 않았다. 경제·안보·지역·코로나 대책 등에서는 서로 경쟁하면서 상대방의 것을 자신의 공약으로 추가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그들이 노동공약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노동자들을 상대로 해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일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인가. 어쨌거나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로 보자면, 노동자를 위하는 공약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적어도 현재 한 표가 아쉽다는 초박빙의 대선후보들 중 누가 더 노동자를 위한 공약을 발표한 것인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차이가 있음에도 노동공약에서는 이상하게 노동자를 위해서 치열하게 공약하며 다투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 “한눈에 보는 대선후보 노동공약”을 읽은 뒤 내 소감이었다. 그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 먼저 일자리 공약에서는, 그린·디지털 등 전환을 중심으로 한 이재명·심상정 후보와 반해 윤석열 후보는 기업성장과 규제완화를 통해서 민간 주도로 창출하겠다는 데에 차이가 있다. 윤석열 후보와 나머지 후보들 간에는 일자리 창출의 방법과 정부의 역할에서 결정인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노동법 사각지대 해소에 있어서는 플랫폼종사자 등 모든 노무제공자 권리 보장을 공약한 윤석열 후보에 대해 이재명·심상정 후보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을 제정해 권리 보장을 하겠다는 것으로 ‘노무제공자’나 ‘일하는 사람’이나 그 말이 그 말이라고 알고 있는 나로서는 적어도 공약상으로는 그 방법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는 정도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부디 후보들이 공약한 대로 플랫폼종사자를 비롯한 일하는 사람 모두가 사각지대 없이 노동법상 권리를 보장받게 되길 바란다.

상시 5명 미만 사업장에 적용 예외를 두고 있는 현행 근로기준법에 대해서는 이재명 후보는 단계적으로, 심상정 후보는 전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공약했으나 윤석열 후보는 구체적인 공약이 없다. 심상정 후보의 공약이 한 걸음이라면, 이재명 후보는 반 걸음이고, 윤석열 후보는 한 발짝도 내딛고 있지 않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비정규직 대책에서도 유사하게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상시 및 생명·안전업무에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고 비정규직에 공정수당을 도입해 정규직과의 임금 차별을 해소하는 데 대해, 심상정 후보는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해서 비정규직 사용을 폭넓게 규제하고 비정규직에 평등수당을 도입하는 공약을 하고 있으나, 윤석열 후보는 이에 대한 특별한 공약이 없다. 비정규직 대책에서는 심상정 후보조차도 비정규직 폐지를 공약하지 않으니 이재명 후보와는 비정규직 사용의 방법 내지 정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는데, 윤석열 후보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겠다는 것이 없다. 이 나라에서 비정규직이란 파트타임 등 단시간 근로자, 계약직과 기간제, 파견직에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까지 망라한 불안정 고용을 일컫는 것인데, 마땅히 국민의 고용안정을 위해 비정규직 대책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보수의 당 후보라도 해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는 공약조차 내지 않는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노동시간에서도 후보들 간 공약 차이는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로드맵 제시, 주 4.5일제의 단계적 도입, 포괄임금제 제한을 공약한 데 대해 심상정 후보는 주 4일제의 도입, 연차휴가 25일로 확대, 포괄임금제 폐지를 공약했으나 윤석열 후보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시간을 현행 1~3개월에서 1년 이내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하고 있다. 연장·야간·휴일근로에 연차까지 포괄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는 할증임금 등을 통한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는 근로기준법 규정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사용자들에게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니 마땅히 그 개선이 필요하다. 주 4일제와 주 4.5일제의 도입을 공약한 데 대해서는 법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명확히 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근로기준법은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50조), 이를 위반한 사용자에 대해서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110조). 이 근로기준법은 규정한 대로 기능해야 한다. 노사 당사자의 합의라며, 개별 노동자나 노조와의 계약과 합의를 통해서 1주간에 12시간까지 그 예외를 인정하는 노동시간제를 폐지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이 근로기준법 규정이 법정근로시간제, 노동제로서 그 본래 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임금제도에 있어서는 이재명 후보는 표준임금체제, 성평등 임금공시제 도입을 공약한 데 대해 심상정 후보는 최저임금 인상과 최고임금제 도입, 성평등 임금공시제 도입을 공약했으나 윤석열 후보는 연공급제를 직무 성과급제로 임금체계의 개선을 공약하고 있다. 여기서 한동안 잠잠했던 직무 성과급제 도입 주장이 윤석열 후보의 공약으로 되살아났다는 것이 흥미롭다. 박근혜 정권 시절까지 이 나라에서 자본과 권력에 의해 추진됐던 것인데 어쩌자는 것인가. 진정 공정을 말한다면 적어도 연공급제 아래서 근속연수가 많지 않아 수년, 수십년 동안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았던 것에 대한 보상 방안부터 내놓고서 말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3. 이상에서 살펴본 것들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나는 후보들이 노동자의 자유에 대해서 어떠한 공약을 했는지가 더 궁금했다. ‘노조할 권리 보장’에 관한 공약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매일노동뉴스는 먼저 이재명·심상정 후보는 “모두 초기업단위 교섭 활성화와 단체협약 효력 확장 추진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입장”이고, 이재명의 공약은 “교원·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및 직무와 무관한 정치활동 보장, 노동쟁의 범위 확대 및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가압류 제한이 눈에 띈다”며, 심상정 후보는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시민에게 노조할 권리 보장, 원·하청 공동사용자성 인정,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개선, 성평등교섭 의무화, 플랫폼 알고리즘 설명요구권·단체교섭권 부여를 제시”했으나, 윤석열 후보는 “노조할 권리에 대한 공약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분석해 놓고 있었다. 이어 윤석열 후보는 “한국노총에 약속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교원·공무원 타임오프제 마련을 공약에 넣었다”며 “노조 불인정, 무단 사업장 점거·폭력행사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 적용으로 공정한 노사관계 관행을 확립하겠다”고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노동자의 자유에 관한 후보들의 공약을 읽으면서 나는 이재명·심상정 후보는 조직과 교섭·쟁의 등 노조활동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관심을 두고서 공약한 반면, 윤석열 후보는 이에 대해서는 공약하지 않고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이 대한민국에서 오늘 노동자가 이 지경인 건 노동자들이 노조활동 등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하는 걸 두고서 하는 말이 아니다. 노동기본권 보장이란 노동자가 노조를 조직해서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하고 파업 등 단체행동하는 것, 이런 노조활동에 대해 국가가 법으로 규제하지 않고 자유로서 보장할 것을 말한다. 국가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통해서 주체, 목적, 절차와 시기, 수단과 방법 등으로 규제해 놓고서 이를 준수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적법하고 정당한 것이라며 허용하고 있다면 원칙적으로 노동자의 자유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는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노조법은 정녕 그러하다. 원칙적으로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법이,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야당의 유력 후보는 불법 엄단을 강조하고 있으니 나로서는 어쩌다 이 나라는 점점 노동자의 자유에서 멀어져만 가고 있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다른 후보들의 공약이 적절하다는 건 아니다. 원칙적으로 노조활동 등 노동기본권 행사를 보장하는 것으로 이 나라 노조법을 전면적으로 개폐하겠다는 공약 말고는 어떤 것도 적절할 수가 없다고 나는 감히 말하겠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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