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는 이달 1일 전격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결정했다. 명분은 정치개혁과 헌법개정 공동추진과 대선 승리시 통합정부 구성을 통한 국민통합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2월11일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포함한 10대 공약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2월25일 중앙선관위가 주관한 정치 분야 TV토론에서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승자독식 사회를 이끈 35년 양당 체제,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 “대통령이 되면 총리 국회추천제로 국정의 중심을 청와대에서 국회로 옮기겠다”고 주장했다.

하루 앞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대통령 결선투표제 실시를 위한 개헌과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그는 “87년 개정된 헌법은 ‘독재 타도’를 비롯해 당대 요구를 반영했지만, 4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생긴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통합 개헌으로 권력구조를 민주화하겠다”고 주장했다.

2월21일 서울 종로구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열린 ‘진영과 대권을 넘어’라는 대화모임에서 학계·정계 원로들이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과 이를 위한 헌법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발제자로 나선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이번 대선이) 적대와 반목, 혐오와 증오의 언사들과 후보와 후보 부인을 둘러싼 최악의 자질 공방”으로 전개되고 있다면서 그 원인이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와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진민주국가를 만들기 위해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은 미룰 수 없는 필요조건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목소리를 종합해 볼 때 대선이 끝나면 누가 대통령이 되건 권력구조 개편과 이를 위한 개헌 문제가 주요 국정의제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을 명분을 앞세운 이런 개헌 주장은 사회와 역사의 요구를 반영하는가. 아니다. 우선 개헌 명분으로 내세우는 ‘국민통합’에 대해 살펴보자. 국민이 정치적인 측면에서 지역별·세대별·성별로 심하게 분열돼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분열은 실은 국민의 분열이 아니고 지배계급 내의 정파 간 분열에 불과하다. 자본가계급의 정치적 대표가 극우파인 수구보수와 중도우파인 자유주의 보수로 나뉘어 있고, 이들이 국민을 획득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그들에 의해 분할 획득된 것이 국민 분열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할 획득은 지배계급으로서는 민중을 정치적으로 무력화하기 위해 유효한 전략이지만, 그것을 너무 과도하게 실행하다 보니 지금 지배계급의 정치적 통합을 해쳐서 통치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저들이 주장하는 ‘국민통합’은 민중의 요구가 아니고 지배계급의 요구일 뿐이다.

다음으로 저들이 내놓은 방도를 살펴보자. 설사 지배계급 두 정파 간 통합이 사회의 요구라 하더라도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가 그 방도가 될 수 없다. 두 정파 간 극심한 분열이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며 개헌을 통한 권력분산이 그 특효약이라는 진단과 처방은 완전한 엉터리다. 그동안 여러 차례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개헌이 있었지만 두 보수정파 간 분열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배계급과 피지배 노동자·민중 사이에 깊은 사회적 분열이 존재하는 한, 자본이 치열하게 경쟁하듯이 지배계급 두 정치분파가 민중을 체제 내로 통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 그들 간의 극심한 분열은 피할 수 없다. 정부수립 이후 협치가 잘 이뤄진 적이 한 번도 없지 않은가. 또 권력이 분산돼 협치를 잘한다는 미국에서도 최근 경제위기 심화와 함께 계급 간 모순이 깊어지면서 자본가계급 두 정파 간에 극심한 분열이 조성되고 있지 않은가.

국민이 정치적으로 심하게 분열돼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국민이 사회적으로 심하게 분열돼 있는 것의 반영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그 분열이 왜곡된 형태로 반영되고 있다. 토대인 사회에서의 분열이 상부구조인 정치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다면 정치에서 노동자·민중을 대표하는 세력이 큰 역할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억제하기 위해 파쇼체제와 보수 양당 독점체제가 복합된 자본독재 체제를 채택된 결과, 자본과 노동 간의 정치적 분열이 아니라 엉뚱하게 두 자본가계급 정치분파 간의 심한 분열이 나타났다. 그러므로 그 분열이 사라지게 하려면 자본독재체제를 해체해야만 할 것이다.

지금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지배계급의 정치적 통합인 ‘국민통합’이 아니라 돈과 권력을 갖지 못한 노동자·민중과 그것을 독점한 지배계급 사이의 분열 타파다. 즉 노동자·민중이 집권하는 정치혁명을 통해 사회경제체제를 변혁하는 것이다. 시대적 요구가 그렇다면 그 요구를 실현하는 방도 또한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현 헌정체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의회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와 조응하지 않는다. 헌정체제 자체를 확 바꿔야 한다. 현행 헌법은 노동자·민중이 인간답게 살 사회적 권리를 전면 보장하지도, 자본의 재산권과 착취권을 엄격히 제한하지 못한다. 국민의 주권인 제헌의회 소집을 통한 헌법제정권과 국민저항권도 인정하지 않는다. 사법부·검찰·경찰 같은 권력기관에 대한 민중의 민주적 통제도, 지역 차원에서 민중이 자기통치할 권리 보장도 없는 철저한 자본독재 헌법이다. 이를 타파하고 민중이 주권자가 되는 진정한 민주헌법을 새로 제정해야 한다. 진정한 민주헌법은 제정 단계부터 각계각층 민중의 의사가 잘 반영되도록 제헌의회 소집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민중의 제헌의회 소집권을 인정하는 원포인트 개헌부터 이뤄져야 한다. 헌법은 민중에 의해 새로 제정될 수 있어야 하고 새로 제정돼야 한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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