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지난해 12월28일부터 64일을 힘겹게 버텨 온 전국택배노조 파업이 지난 2일 끝났다.

특수고용직은 노조법으론 노동자지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아니다. 법원과 고용노동부는 전속성이란 엄격한 리트머스 시험지를 통과해야만 그나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해 이들에게 노조를 만들 기회를 준다.

20년 전 특수고용직은 학습지 교사와 골프장 경기보조원, 화물차 기사 정도였다. 이후 대리운전과 퀵서비스 등 몇몇 업종이 새로 편입됐지만 그 숫자는 정부의 어떤 통계에도 잡히지 않았다. 때문에 연구자와 기관에 따라 특수고용직을 200만~500만명으로 추산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2020년 귀속 국세청 인적용역 업종별 사업소득 원천징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자기 노동을 팔아 먹고사는 시민 가운데 노동법 밖에 있는 ‘비임금 노동자’가 704만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이제야 특수고용직을 고용 통계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국제노동기구(ILO) 분류기준과 노동시장 변화를 감안해 취업자의 노동관계를 측정하는 ‘한국종사상 지위분류’를 개정해 올해부터 특수고용직을 통계에 넣어 관리하기로 했다. 통계청은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 사이에 ‘의존계약자’라는 이름으로 특수고용직을 넣는다. 늦어도 한참 늦었고 그 이름도 어정쩡하다.

특수고용직이 급증한 이유는 최근 10년 새 새로 시장에 진입해 호황을 누리는 회사 대부분이 이런 특수고용직을 주로 고용해서다. 택배회사와 쿠팡,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기반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이런 사람들이다.

사용자가 노동자 대신 특수고용직과 계약을 맺고 사업하는 걸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건비가 덜 들고 산재 등 위험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거다. 퇴직금과 각종 수당 등 고용된 노동자라면 응당 줘야 할 각종 수당 한 푼 없이 오로지 건당 수수료만 주는 계약관계라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노동자도 더 많은 돈을 위해 제 몸 부서지는지 모르고, 배달 건수를 무한정 늘리니 사용자는 누워서 떡 먹기다.

대선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이라고 요란하게 떠드는 IT 신기술은 대부분 이런 노동착취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90년대만 해도 화물차 기사는 모두 특정 회사에 채용된 정규직이었다. 1981년 10월 월간 <마당> 창간호에 실린 르포기사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40톤 트레일러 기사 김용현(당시 27세)씨는 국제통운에 고용된 정규직이었다. 경부고속도로 추풍령 휴게소엔 회사가 마련한 숙소와 식당도 있었다. 화물차 기사들은 거기서 빨래도 하고 밀린 잠도 잤다. 대한통운·세방·대양운수·동방 등 여러 물류회사가 기사를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이들 회사는 외환위기 이후 신규 채용을 안 하며 인력을 줄였다. 기사들은 2000년대 들어 울며 겨자 먹기로 지입차 형식의 특수고용직이 됐다.

자본은 전체 노동자 3분의 1가량을 노동법 적용이 안 되는 특수고용직으로 만들어 버렸다. 특수고용직 가운데 플랫폼 노동자만 벌써 220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10%에 가깝다. 자본은 이들을 개인사업자라고 말하지만,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노동 3권을 보장받기 힘든 위장된 특수고용직일 뿐이다.

이런 가짜 개인사업자가 폭증하는 현실에서 이들의 노동권을 보장할 새로운 입법과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CJ대한통운 같은 극단의 갈등은 늘 재연될 수밖에 없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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