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현장 여성화장실. <건설노조>

건설현장의 여성노동자들이 열악한 화장실 환경으로 인해 불편함과 건강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3일 건설노조는 여성 건설노동자 16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화장실 이용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 30.6%는 화장실이 너무 멀거나 인근에 없다는 등의 이유로 원할 때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현장에 화장실은 설치돼 있었지만 걸어서 2분 이내에 화장실에 갈 수 있는 경우는 15%에 불과했다. 한 노동자는 “여성 화장실이 현장과 너무 멀어서 일하다가 가기는 힘들다”고 답했다.

‘화장실을 사용할 때 가장 불편한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36.9%가 “더럽다”고 답했다. “변기가 부족하다”(35.6%)거나 “손 씻을 데가 없다”(22.5%)는 응답도 많았다. 상대적으로 쾌적한 원청사무실 화장실도 멀거나 항상 잠겨 있어서 사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자 31.9%는 “원청 화장실이 있지만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화장실을 사용하기 힘들어서 물을 마시지 않거나 밥을 먹지 않는 경우도 빈번했다. ‘화장실 이용이 불편해 물을 안 마신 적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 65.6%는 “항상 그렇다”거나 “자주 있는 편이다”고 답했다. “거의 없다”나 “전혀 없다”는 응답은 34.4%에 불과했다. 31.3%는 화장실 이용이 불편해 식사를 안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열악한 환경은 여성노동자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면서 화장실을 제때 이용하지 못해 건강상 불편함을 느끼냐’는 질문에 18.8%가 “매우 그렇다”, 48.1%가 “약간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자 34.4%는 지난 1년간 방광염을 진단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만성 변비(23.1%), 질염·생식기 주변부 염증(19.4%), 요실금(13.1%)을 진단받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3·8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노조는 △여성 화장실 설치 △청결 유지 △휴지 등 비품 비치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여성 건설노동자들이 원청의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며 대한건설협회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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