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가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지금까지 대선에서 노동이 중심에 선 적은 없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노동 소외’가 두드러진다. 20대 대선은 노동자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3회에 걸쳐 대선을 바라보는 노동자 목소리를 듣는다.<편집자>
 

▲ 송주현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
▲ 송주현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1조다. 2016년 대한민국 전역의 촛불집회 현장에서 불렸던 노래이기도 하다. 6년 전, 대한민국 국민은 스스로의 손으로 뽑았던 대통령 박근혜와 비선실세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했던 사실을 알게 되자,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으로 범죄자 대통령을 탄핵했다. 그리고 장미꽃이 만발하던 2017년 5월 국민이 끌어내린 대통령의 빈 자리에 문재인 19대 대통령이 취임했다.

문 대통령 취임 첫해 일성은 비정규직 정규직화였다.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산재를 줄이고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한 노동시간 단축을 약속했다. 그러나 해를 넘기며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노동은 사라졌다.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불발했고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아닌 자회사를 통한 사실상의 간접고용만 늘어났다.

탄핵된 대통령을 도운 경제권력 재계 1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9대 대통령 임기 말에 석방됐고, 탄핵당한 대통령 박근혜는 사면돼 죄를 용서받았다. 권력을 가진 국민이 탄핵당한 대통령을 용서하지 않았음에도 석방되고 사면돼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언론권력 조중동은 신문과 종편방송을 장악한 채, 언론의 태생 이유인 정론직필은 버리고 국민의 눈과 귀를 쓰레기 기사로 오염시켰다.

대표적인 국책산업이자 기간산업인 건설산업은 타락과 부패의 온상이다. 청년노동자가 취업하지 않는 절망의 산업으로 남아 여전히 정치인들의 비자금 화수분이 되고 있다.

반면에 건설노동자는 지난 5년간 2천300명 이상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하다가 죽어 갔다. 어느 날은 40여명이 한꺼번에 죽었고, 어떤 날은 열사병으로 현장에서 숨졌다. 떨어져서, 폭발로, 감전돼서 아버지가, 엄마가, 오빠가, 동생이, 동료가 죽어 갔다.

200만명이 넘는 국민, 건설노동자의 죽음 같은 삶에 정치권력은 관심이 없다.

칼바람이 몰아치던 2022년 새해 벽두부터 광주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주상복합아파트가 38층부터 23층까지 무너져 내렸다. 건설노동자 6명이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여수국가산업단지 폭발사고로 설비 건설노동자 4명이 주검이 돼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도, 오늘도, 건설노동자는 현장에서 일하다가 죽어간다. 매일 출근길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기도를 하지만 신들은 들은 척도 안 한다. 건설현장 사고는 신들의 영역이 아니라 인재이기 때문이다.

건설노동자들은 내가 일하는 현장이 삶의 현장이기를, 건설노동자인 내가 존중받기를, 내 자식도 건설노동자로 일하고 싶도록 건설산업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건설노동자들은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부패와 타락으로 점철된 건설산업이 투명하도록, 매일 건설노동자 2명 이상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죽음의 현장을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현장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노가다’가 아닌 존중받는 건설노동자로, 건설노동자가 살맛 나는 건설현장이 되도록, 대표적인 옥외산업으로 기후위기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 건설현장이 정의롭게 전환하도록 하는 5대 요구 32대 세부의제를 제시했다.

5천200만 국민을 대표하는 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이제 2주 남짓 남았다.

노동의제는 찾아볼 수 없고 도덕성 논란만 쟁점이 돼 최선의 대통령을 뽑는 것이 아닌, 최악은 피하고 차악을 뽑는 대선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을 위한 길을, 희망찬 국민의 삶을 만들 수 있는 5년을 후보들은 말해야 한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1조를 대통령 후보들은 상기해야 한다. 5년간 잊히고 사라져 간 대한민국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대통령 후보들은 명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서 국민으로부터 나온 모든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는 20대 대통령이 뽑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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